제습기 1위의 엑소더스…저 비명 들립니까
제습기 1위의 엑소더스…저 비명 들립니까
  • 조은임
  • 승인 2013.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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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가전 뛰어든 대기업 공세에 해외로 나가는 中企
침구청소기 특허있는 부강샘스도 뒤늦게 진출한 LG에 밀려…"공정거래 어긋나"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제습기 판매업체 위닉스는 최근 해외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올 해 위닉스 제습기의 예상 판매량은 55만대로 총 시장규모 100만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명실상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닉스가 해외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대기업의 시장진출 때문이다.

제습기 판매는 올 4월부터 본격화됐다. 위닉스와 LG전자 삼성전자가 잇따라 2013년형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특히 LG전자와는 홈쇼핑 채널에서 여러 차례 같은 시간대에 맞붙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두식 위닉스 국내총괄영업이사는 "국내시장에서 한계가 있다 보니 해외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같은 업종을 하는 업체들 끼리 상도의라는 게 있는데 대기업이 양식을 가지고 자제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꾸준히 제습기 시장을 키워 왔는데, 몇년새 주목받기 시작하자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 김 이사는 "대한민국의 가전제품은 무조건 대기업들이 다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돼 버린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가 창조경제, 동반성장 등 앞세워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소형가전 시장만큼은 예외다.

침구청소기 시장에서도 대기업들의 틈새시장 뺏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침구청소기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 판매한 곳은 중소가전업체 부강샘스. 2007년 세계최초로 침구살균청소기를 출시한 이 업체는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침구킹'은 인기 연예인을 앞세운 대대적인 광고에 힘입으면서 가전양판점 등에서 우세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블루오션을 창출한 중소기업이 뒤늦게 뛰어든 대기업에 밀려난 형국이다.

조재성 부강샘스 영업부문장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대기업들이 유통역량에서 훨씬 앞서 있지 않겠냐"면서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대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내수 시장보다 해외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기업도 있다.

지난해 117억원의 매출을 올린 로봇청소기 업체 마미로봇은 판매량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채우고 있다. 마미로봇은 사업 초반부터 국내시장 보다는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 해외에 지사 9개를 두고 있다.

한 중소가전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아이디어 제품을 대기업이 뒤따라 만들어 내고 시장을 장악한다"면서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제품 가격과 질로 경쟁할 수 있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터전을 빼앗고 해외로 몰아낸다는 비판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기업의 소형가전부문 담당자는 "마케팅 능력이 있는 회사들이 시장에 유입되면 소비자들의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대기업의 시장진출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대형가전을 주로 만들던 대기업들이 최근 중소가전업체들이 이끌어가던 소형가전시장에 발을 넓히는 데도 이유는 있다. 소형가전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인가구의 급증, 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소형가전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이른 장마와 습한 날씨 등 기후의 변화도 제습기, 침구청소기 등 소형가전 제품이 인기를 얻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자금력, 기술력, 유통능력 측면에서 앞선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주력했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공정경쟁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소형가전시장 진출은 엄밀히 말해 중소기업의 사업이나 업종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동반성장이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법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은임 기자 goodnim@

※본 기사는 7월5일 아시아경제팍스TV <취재토크 금기>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paxtv.moneta.co.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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