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잃어버린 20년' 진입때와 불길한 닮은꼴
日 '잃어버린 20년' 진입때와 불길한 닮은꼴
  • 이창환
  • 승인 2013.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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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장기불황의 그림자<하>
고령화·부동산붕괴·생산성 부진 등
90년대 일본과 비슷한 상황
기업 설비투자 촉진대책 시급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추락하고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로 소비와 설비투자 감소 등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국내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어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과거에 비해 위축되며 이런 것들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도 제조업 및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중산층이 주택융자 상환금 부담과 사교육비 과다지출로 재무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용없는 성장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과거 일본과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경제전문가 46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가 우리나라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이유로 우리 경제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가장 큰 문제로 봤다. 부동산버블 붕괴 조짐과 기업투자 부진, 생산성 부진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만 봐도 우리나라 경제가 과거의 일본과 많이 닮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대 물가상승률이 7개월째 이어졌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이런 모습은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여파로 1992년부터 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1%대에 머물렀고 성장률도 0%대로 추락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 같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경제호황을 이끌었던 전자기업들의 몰락이다. 일본의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파나소닉은 지난해 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샤프 역시 적자규모가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니는 지난해 5년 만에 적자를 피했지만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 한 계단 위까지 굴러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 전자업계는 엔고가 지속되고 내수부진 등 경제의 장기불황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산업 이외에도 일본의 자동차, 기계, 조선, 철강 등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들이 장기불황으로 크게 고통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생겨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앞으로 진행될 기업의 설비투자는 인풋은 똑같더라도 아웃풋은 많아지는 효율성 높은 투자(설비투자 2.0)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역으로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치해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는 전략도 필요하다”며 “외국 기업들이 국내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숙련된 인력 수급이 원활한 수도권 입지와 본사 인력들의 출입국 간소화, 정주여건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7월5일 아시아경제팍스TV '취재토크 금기'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paxtv.moneta.co.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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