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人, 株, 業 '3중 앓이'로
오너리스크, 人, 株, 業 '3중 앓이'로
  • 김은지
  • 승인 20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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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사기저하·주가 하락·사업 추진 불투명(상)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된 지 만 1년과 6개월을 맞는다. 문제는 이들의 수감 길어지면서 회사 경영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점이다. 총수의 빈자리에 회사는 구심점을 잃고 장기적인 경영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 실적은 나빠지고 있으며 주가는 추락하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아시아경제팍스TV는 대기업 총수 구속으로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떻게 변했고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될지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SK그룹 계열사 실적 부진
16곳 1분기 매출 2조원 줄어
한화도 이라크 신도시 건설 난항
지난달 시총 11조로 떨어져


[아시아경제 김은지 기자] "지난해 회장께서 구속되고 국내외사업이 많이 불투명해진 것 같다."(한화 직원 A씨)
"회장이 구속됐는데 무슨 말을 하겠나?"(SK 직원 B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임ㆍ횡령죄로 법정 구속된 지 6개월 째인 이달 초 찾은 SK그룹 본사의 분위기는 여전히 침울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 주변에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에게 사내 분위기를 묻자 대부분의 직원이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특히 한 SK그룹 직원은 "회장님이 배임ㆍ횡령했다고 아직 확정판결 받은 건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무죄 추정 원칙인데…"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되자 CJ 그룹의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 근처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직원들에게 다가가 사내 동향을 물어봤지만 손사래를 쳤다.

총수가 구속된 회사들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사업추진 불투명과 실적 부진 우려를 동시에 겪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SK그룹의 경우에는 계열사들의 실적부진 우려가 높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16곳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6조5000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조8000억원 규모로 500억원 가량 줄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던 해외사업부문에서 추진력이 많이 약해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오너리스크가 태양광 사업 부진에 영향을 준 건 사실"이라며 "업계 동향을 봐서도 태양광사업의 업황 부진이 단기간에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태양광 사업과 더불어 지난해 한화그룹이 수주한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은 계약금액이 약 80억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김 회장의 공백으로 추가사업 수주 논의가 진행되지 못해 한화그룹이 애를 먹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그룹 시가총액도 줄었다.

지난달 말,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총 11조여원을 기록했다. 김승연 회장이 징역 4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된 1심 선고일 직전인 지난해 8월14일과 비교하면 1조 6000여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지난 4월16일, 한화그룹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화 및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이 모두 떨어졌고 특히 한화케미칼은 5.14% 급락했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CJ그룹 역시 야심차게 추진하던 일부 해외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CJ제일제당의 중국 라이신 업체 인수가 연기됐고 CJ프레시웨이의 미국과 베트남 현지 유통망 인수도 보류됐다. CJ대한통운의 미국, 유럽 물류회사를 사들이는 방안을 타진 중이었지만 협상이 잠정 중단됐다.

계열사들의 주가 역시 하락세다. 식음료 대표종목인 CJ제일제당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오너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월 5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 역시 3조3000억 원대로 감소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 GLS는 중장기 성장성을 위해 올해와 내년에 해외 기업과 M&A가 이뤄져야 된다"며 CJ그룹은 의사결정에서 이재현 회장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해외 기업과의 M&A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7월 12일 아시아경제팍스TV '취재토크 금기'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www.paxtv.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은지 기자 eu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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