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할에 상장사들 희비
기업분할에 상장사들 희비
  • 이창환
  • 승인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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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후 주가 상승·하락 엇갈려
인적분할 시기·동기 살펴야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올 들어 상장사들의 기업분할 횟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희비가 갈리는 기업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상장사들이 기업을 나누면서 기대했던 목적을 달성하는 회사들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도 생기기 때문이다. 분할 이후 주가변동이 심해질 수 있어 투자자들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9개의 상장사가 기업분할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개에 비교해서 50% 가량 상승한 수치이며 3년여 만에 최고치다.
기업 합병까지 합치면 27건의 공시가 나와 지난해 전체 기업분할 합병 건수인 25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기업들이 올 들어 기업분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특성이 다른 사업부문을 나누면서 각각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함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경영전략이다.

NHN이 이런 경우다. NHN은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핵심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업을 분할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커지고 포털이랑 게임회사가 같이 있다보니까 시너지가 예전만큼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분리를 통해 독자적인 의산판단과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빨리 대응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분할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한진그룹 소속인 대한항공 역시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분할했다.

대한항공이 속해있는 한진그룹의 지분구조는 정석기업에서 한진, 대한항공, 다시 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다.

순환출자는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들을 쉽게 지배할 수 있는 방편이 되고 있어 규제 대상이 돼왔는데 한진은 지주사 설립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자 한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도 있다. 계열사일감몰아주기로 인한 과세를 지주사 전환을 통해 상당부분 경감할 수 있을 기대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장기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분할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주가 상승 등 주주가치 제고 역시 다른 이유다. 그동안 기업분할을 진행한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의 주가가 분할전과 비교해 상승했다. 특히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기업들은 주가 역시 꾸준히 올랐다.

대기업중에 대표적인 회사가 LG그룹의 모태회사인 LG화학이다.

LG화학은 2001년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다음해에 LG생명과학, 이후 2009년에 LG하우시스를 분리시켰다. 분할 당시 1조원대 초반이었던 해당 회사들의 시가총액은 현재 30조원 내외로 올랐다.

많지는 않지만 기업분할 이후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기업도 있다. 신세계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2011년 백화점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를 존속회사로 남기고 대형마트 사업을 하는 이마트를 분리했다.

당시 신세계 측은 사업부문 전문성을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분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할전 10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양사 합쳐 7조7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기업분할은 그야말로 기업을 나누는 것일 뿐 실적이 증가한다거나 기업가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투자를 고려한다면 분할 단계별로 유의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분할 이벤트가 많이 진행돼 주가가 이미 상승하기 전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전환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인적분할을 실시하는 단계까지 주가가 상승하는 편이고 이후에는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기를 잘 선택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8월9일 아시아경제팍스TV '취재토크 금기'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www.paxtv.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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