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IR 총체적 난국]개미는 IR '왕따' 깜깜이투자 '답답'
[한국기업 IR 총체적 난국]개미는 IR '왕따' 깜깜이투자 '답답'
  • 오현길
  • 승인 2013.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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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넷·팍스TV 설문조사
개인투자자 10명 중 6명 "기업정보 관심 많아 참여 희망"
66% 공평한 자료공개 원해
35% "실제와 차이 큰 예측도 문제"
"상장사 의무화 제도 필요" 77%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개인투자자의 'IR 소외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만큼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상장사들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현실에서 개인의 투자는 희박한 근거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쉽게 흔들리다 보니 지쳐 떨어져 나가게 되는 셈이다.

점차 개인의 주식투자가 줄어들고 자본시장에 활력이 떨어지는 원인도 상당부분 여기에서 기인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IR활동이 주식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며 침체된 자본시장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큐더스IR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장사 1728개사 가운데 IR활동을 펼친 상장기업은 312개사, 18.0%에 불과했다. 이들은 한 해 동안 진행한 IR활동은 모두 1399회. 그러나 이 가운데 모든 투자자에게 공정하게 자료가 공개된 횟수는 857건으로 61.3%에 그쳤다.

기업설명회나 콘퍼런스 콜, 홈페이지 등을 통해 IR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대형주다. 상당수 중소 상장사들은 IR활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아예 전담 인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IR협의회 관계자는 "IR활동에 적극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IR활동 방법과 내용면에서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은 기업이 있는 반면 기업을 공개하고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IR활동에 거의 무관심한 기업 또한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상장사가 개최하는 기업설명회나 IR자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쉽게 접근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팍스넷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67.4%는 '기업설명회나 IR정보에 관심이 매우 많거나 많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기업설명회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도 65.9%에 달했다.

아울러 비공개 기업설명회에 대해서 66.4%는 '개인투자자도 동일한 조건의 기업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77%는 상장기업이 기업설명회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설명회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미국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공정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나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하는 정보 역시 공시로 허용하는 등 발 빠르게 제도적 보완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양적인 확대 만큼 '믿을 수 있는 IR'을 위한 질적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응답자 가운데 404명에게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IR 내용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34.9%가 '실적 예측이 실제와 차이가 크다'는 점을 꼽았다. 22.8%는 '회사의 문제점을 감추는 행위가 있다'고 답했으며, 19.8%는 '실적 예측전망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에게 실적 예상 전망치(가이던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지난해 대폭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적 가이던스를 제공한 상장사는 전체 상장사 1728개 가운데 15.5%인 267개사로 2011년 398개사 대비 32.9%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가장 저조한 수치다.

큐더스IR연구소 관계자는 "유럽재정위기와 국제금융위기 장기화 등으로 인한 경영 위축으로 가이던스 제공 기업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5년간 가이던스의 신뢰성 평균 점수는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들은 적극적인 IR활동에 대해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IR전담부서를 운영하고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나 한국IR협의회 등에서 합동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IR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장사와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상장업체 관계자는 "IR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회사 내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지만 행사를 준비하려면 아무래도 비용이 부담된다"며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의 문의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해 적극적인 IR활동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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