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비리랜드' 낙인에 '부실랜드' 오명까지
강원랜드, '비리랜드' 낙인에 '부실랜드' 오명까지
  • 조강욱
  • 승인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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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최근 불거진 '몰래카메라 사기도박 사건' 이후에도 강원랜드카지노는 밤새도록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사진은 지난 10일 몰카 사건 이후, 임시휴장한 객장 모습)
▲지난 15일, 최근 불거진 '몰래카메라 사기도박 사건' 이후에도 강원랜드카지노는 밤새도록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사진은 지난 10일 몰카 사건 이후, 임시휴장한 객장 모습)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무리한 투자와 방만 경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1조90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사업확장 적립금을 쌓아 놓고도 투자하는 곳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매년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으며 '비리랜드'라는 낙인이 찍힌 강원랜드에 '부실랜드'라는 오명이 더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강원랜드의 방만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국감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300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투자했는데도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상동테마파크, 스위치백리조트 등 3개 자회사에서 305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9년 강원랜드가 100% 출자해 설립한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이후 영업 손실액이 2010년 62억여원, 2011년 102억여원, 2012년 99억여원 등 총 265억여원에 달했다. 불과 3년 만에 투자금의 41% 가량을 소진했다. 반면 매출은 2010년 4억여원, 2011년 20억여원, 2012년 32억여원 등 총 57억여원에 그쳤다.

또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지원을 위해 설립한 대체법인 문경레저타운, 블렉벨리컨트리클럽, 동강시스타, 대천리조트, 바리오화순 등 5개사들도 지난해에만 1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동강시스타와 대천리조트는 지난해 각각 97억원, 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실적이 저조했다. 부채총액도 각각 418억원, 392억원으로 지극히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동강시스타와 대천리조트는 지난해 7월 강원랜드에서 101억원씩의 추가 출자를 받았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다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애물단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강원랜드가 투자하는 곳 마다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카지노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만 믿고 너무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며 투자사업의 선정절차와 투자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는 문을 닫은 테마파크 자리에 1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워터파크를 짓는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라클월드 등 가상체험 시설을 포함한 이 테마파크는 운영 적자에 허덕이다 총 908억원의 막대한 손실만을 남긴 채 지난 2008년 12월에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현재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들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며 "지역 연계 사업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나온 결과물을 바탕으로 지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리조트업체인 강원랜드의 해외자원개발 진출 의혹도 제기됐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3월 29일 주주총회에서 정관 목적에 '해외투자사업' 조항을 삽입했다. 주총 전인 2월 28일 108차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이 많아 '해외자원개발사업 및 부대사업'을 '해외투자사업'으로 수정해서 의결한 것.

하지만 명칭만 바꿨을 뿐 이는 해외자원개발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정관개정의 당초 목적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위험성이 크고, 성공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에 자원개발에 전문성이 없는 강원랜드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행위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일 국감에서 "강원랜드가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직접적으로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비리백화점의 온상으로 지적돼 왔다. 상습 해외 원정도박과 금품수수, 여직원 성폭행 등으로 인해 해임(면직 포함) 11명, 정직 15명, 감봉 15명 등 최근 1년여 동안 모두 69명이 징계를 받았다. 또 최근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기관 중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으로도 나타났다. 여기에 방만 경영과 비효울 사업 운영 등으로 인해 강원랜드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난국에 빠진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비전문가 낙하산 중단은 물론, 강원랜드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는 "강원랜드와 같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점점 더 도를 넘고 있다"며 "이런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배경에는 낙하산 공공기관장에 따른 악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적인 배경 외에 조직의 슬림화는 물론, 경영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강원랜드 스스로 쇄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결국 존폐의 기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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