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재계上]총수 세대교체 본격화…삼성·현대차 등 '오너 3세' 시대 개막
[2020 결산-재계上]총수 세대교체 본격화…삼성·현대차 등 '오너 3세' 시대 개막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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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체제 구축…차세대 리더 전진 배치
4대 그룹 총수 회동 정례화…창업주 세대와는 다른 '협력' 행보

2020년 재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에서 쏟아낸 기업규제 관련 법안들로 1년 내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하지만 내부로 눈을 돌리면 유의미한 변화도 있었다. 바로 창업주 1.2세대 경영인들이 속속 떠나고 그 자리를 3.4세들이 꿰차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막이 오른 것이다. <팍스경제TV>는 올 한 해 동안 재계 안팎에서 일어나 여러 이슈들이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와 과제를 안겨주었는지 2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주]

 

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체제 구축…차세대 리더 전진 배치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각 사 제공]

올해 재계 키워드는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주요 기업의 창업주 1·2세대 경영인들이 경영 일선에서 떠나고 3·4세 경영인들이 그 자리를 꿰차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 부회장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 부회장은 올해 인사를 통해 40~50대의 젊은 층을 임원에 적극 기용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구축한 안정적인 체제를 토대로 '뉴 삼성'으로의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다. 

이에 이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사업 책임자인 김기남 DS 부분장(부회장), 김현석 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M 부문장(사장) 등 3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대거 교체했다. 

무엇보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분야에는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했다. 삼성전자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과 최근 성장 폭이 가파른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10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7개월 만에 그룹의 수장이 됐다.

정 회장은 그간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신해 경영 일선에서 업무를 진두지휘하면서도 회장 취임은 고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 속 현대차의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도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정의선 체제' 구축에 나섰다. 정 명예회장의 측근인 고위 임원들의 용퇴가 이어졌고, 이와 동시에 정 회장의 최측근과 젊은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이 이뤄졌다. 

먼저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현대차 장재훈 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장 대표이사는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또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위아 정재욱 사장도 각각 부사장에서 승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 명예회장의 측근인 현대제철 김용환 부회장과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은 각각 고문에 위촉됐다. 이들의 부회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 등은 이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현대위아 김경배 사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현대차 서보신 사장 등도 고문을 맡게 됐다.

 

◆ 4대 그룹 총수 회동 정례화…창업주 세대와는 다른 '협력' 행보

젊은 총수로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재계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주요 4대그룹(삼성·현대차·LG·SK) 총수들의 만남이 빈번해졌다는 점이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젊은 총수로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재계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주요 4대 그룹(삼성·현대차·LG·SK) 총수들의 만남이 빈번해졌다는 점이다. 실제 재계 '맏형'으로 통하는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들이 공개적 회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한국을 찾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들이 회동을 가진 것을 계기로, 9월과 11월에도 잇달아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11월 모임에서는 부친상을 치른 이 부회장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지난 10월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 기간 동안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에 대한 축하의 말과 덕담도 오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4대 그룹 총수 모임은 주요 사업 현안에 대한 논의 뿐만 아니라, 친목도모 성격의 대화들이 오가는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젊은 총수들의 행보를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례로 삼성·현대차 두 그룹만 보더라도 그간 고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크게 교류가 없었다. LG그룹이나 SK그룹 역시 이렇다 할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4대 그룹의 젊은 총수들은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무엇보다 4대 그룹 모두 바이오·인공지능(AI)·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만큼 향후 젊은 총수들의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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