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돋보기] 구광모식 '선택과 집중'…체질개선 가속도 붙는 LG
[CEO 돋보기] 구광모식 '선택과 집중'…체질개선 가속도 붙는 LG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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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폰' 매각설 재점화…권봉석 사장 "사업 방향 전면 재검토"
구광모 회장, 전장·로봇·AI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잰걸음'

LG전자의 '아픈 손가락'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 매각설이 재점화됐다.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회사의 공식 입장에 매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LG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움직임의 배경에는 구광모 LG 회장이 거듭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힘을 싣는 구 회장 식 전략에 따라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로봇·AI 등 사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폰' 매각설 재점화…권봉석 사장 "사업 방향 전면 재검토"

LG윙.[사진: LG전자 제공]
LG윙.[사진: LG전자 제공]

MC 사업부 매각설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다. 

권 사장은 20일 MC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권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MC사업부 매각을 시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92년 휴대전화 GSP-100 모델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2009년 첫 스마트폰인 안드로-원을 출시했고, V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반기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로 야심 차게 'LG윙' 을 출시했다. 하지만 잇달아 출시된 스마트폰들은 가격,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삼성전자 등 경쟁사 대비 제품 경쟁력이 뒤떨어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실제 LG윙은 국내 누적 판매량이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전자는 2019년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ODM(제조자개발생산) 생산 비율을 계속해서 높이고 MC사업부 인력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해 몸집을 줄였다. 그 결과 적자 규모는 2019년 1조 원에서 2020년 8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세가 계속해서 이어졌고, 2019년 연간 판매량 3000만대가 무너졌다. MC사업부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업계에선 이번 LG전자의 MC사업부 매각 결정을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하려는 구 회장의 승부수로 보고 있다. 실제로 취임 이후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그룹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전장·로봇·AI 등 '뉴LG'를 이끌어 갈 신성장 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부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MC사업부 매각으로 LG전자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 효과가 있다"면서 "구광모 회장의 냉정한 판단이 사내 리더십 확보에 의구심을 제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구광모 회장, 전장·로봇·AI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잰걸음'

구광모 LG 회장.[사진: LG그룹 제공]

구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LG그룹은 전장·로봇·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며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을 꼽자면 단연 '전장사업'을 들 수 있다. 구 회장은 일찌감치 배터리에 이어 전장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인수·합병(M&A)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취임 첫 해인 2018년 8월 1조 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헤드램프 전문제조기업 ZKW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인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네셔널과의 전기차 파워트레인(전기자동차 동력 장치) 합작법인 설립도 발표했다. ZKW는 차량용 조명, 알루토는 미래형 차량 내부에 구현될 인포테인먼트, 그리고 LG-마그나의 합작법인은 전기자동차 동력장치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도 구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말 실시한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AI 등 디지털 전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구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2018년 로봇사업센터를 설립했다.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로봇 관련 스타트업에 지분도 투자했다. 현재는 산업용부터 서비스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AI 사업도 구 회장이 그린 미래 중장기 전략의 한 부분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도 출범시켰다. LG AI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최신 AI 원천 기술 확보와 AI 난제 해결 역할을 수행하는 AI 전담 조직으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LG경영개발원 산하에서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 및 AI 연구개발 등에 2000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LG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는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유지했었다"면서 "하지만 총수가 교체된 후 LG의 행보를 보면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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