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냐, 철수냐…LG전자의 선택은?
[비즈 이슈]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냐, 철수냐…LG전자의 선택은?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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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MC사업부 매각 공식화…빈그룹 등 인수 후보 '물망'
매각 작업 '지지부진'…업계 "매각보단, 철수 가능성↑"
인력 재배치 등 통해 사업 규모 축소 후 운영하는 방안 유력

LG전자가 올해 1월부터 추진한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베트남의 빈그룹 등 다수의 원매자들과 접촉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매각 보다는 규모를 축소해 모바일 기술과 인력을 TV 등 다른 사업부문이 활용하도록 하는 형태의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LG전자 주주총회와 이사회 일정을 감안할 때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MC사업본부의 향방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올 초 MC사업부 매각 공식화…빈그룹 등 인수 후보 '물망'

[사진: LG 제공]
LG 트윈타워.[사진: LG 제공]

LG전자는 올해 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에 대한 철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20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모바일 사업본부의)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MC사업본부의 매각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고, 사업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인수 후보자로는 베트남 빈그룹, 미국 구글과 페이스북, 독일 폭스바겐 등 업체들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매각설이 나온 지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매각 관련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MC사업본부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인수 후보자들과 LG전자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인수 후보자들은 LG전자가 보유한 표준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을 요구했지만, LG전자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특허조사기관 '아이피리틱스(IPlytics)'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LG전자는 3700여건의 5G 표준특허를 보유해 글로벌 3위를 기록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MC사업부가 이미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원매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매물"이라며 "LG전자가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 잡기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 매각 작업 '지지부진'…업계 "매각보단, 철수 가능성↑"

LG전자 로고. [사진: LG전자 제공]

현 시점에서 매각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만큼, 업계에선 매각 보다는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철수 방식으로는 모바일 기술과 인력을 TV 등 다른 사업부문에 활용하는 형태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 운영해나가는 방식이 유력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긴 했지만, 회사 자체로 보면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가겠다'는 DNA는 없다"면서 "사업 자체를 접진 않을 것 같고, 신제품을 2~3개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 내부적으로도 사업정리와 인력 재배치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전자는 MC사업본부 내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인 'VS(전장)사업본부'나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신생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등에 이동 및 재배치 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MC사업본부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이르면 LG전자와 ㈜LG 주총이 예정된 이달 넷째 주, 또는 LG전자 이사회가 예정된 내달 첫째 주 사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사업 철수가 공식화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1조원 적자인 MC사업이 증익 효과로 연결될 수 있어 향후 LG전자 기업가치 상승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다면, 전반적인 사업 운영 측면에서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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