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비밀 채팅방’의 비밀
[기자의 눈]’비밀 채팅방’의 비밀
  • 박주연
  • 승인 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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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TV 박주연 기자] “박 기자, 메신저 하나 새로 깔아봐”

시장 정보에 밝은 취재원 한 명이 텔레그램(telegram)이라는 생소한 메신저를 권했다. 증권가 소식은 과거부터 MSN, 야후, 대신 사이보스, 섬성 Fn, 미스리 등을 타고 전파되곤 했다. 주식쟁이들의 대세 메신저는 미스리, 채권쟁이들은 야후, 증권 기자들은 Fn, 이런 식이다.

이런 메신저의 계보에 텔레그램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텔레그램 메신저의 핵심은 ‘비밀 채팅방'이다. 대화 내용은 비밀 채팅방을 만들 때 접속한 단말기에서만 볼 수 있다. 메시지 자동 삭제 기능도 있다. 2초, 5초, 하루, 일주일 등 지정을 해두면 저절로 메시지가 없어진다.
구글플레이 텔레그램 설명에 제시된 화면. 대화중 자물쇠 표시 되어 있는 것이 비밀대화모드.
구글플레이 텔레그램 설명에 제시된 화면. 대화중 자물쇠 표시 되어 있는 것이 비밀대화모드.


게다가 이 메신저의 서버는 러시아에 있다!

해외에 서버가 있는 비밀 메신저가 왜 인기일까?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채권 거래 및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정보 사전 유출과 관련, 전방위 검사를 벌였다. 이 때 1년 치 이상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더 은밀한 메신저가 필요했다. 서버가 해외에 있으니 ‘만일의 사태’에도 감독 당국이 서버를 열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메신저는 왜 갑자기 바꾸자고 그래요? 찔리는 게 있나?”
“박 기자도 참… 일단 몸 사리는 게 최고야”

금리 담합, 미공개 기업 정보 활용. 가만 둬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감독 당국의 메신저 검열은 시장 정보의 유통을 음성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정보의 흐름이 지하로 숨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감독 당국은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힘으로 누르면 더 깊이 도망간다.




박주연 기자 juyeonbak@paxn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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