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의 연기금 리포트]국민연금 최고 실세는 '실장님?'
[이승종의 연기금 리포트]국민연금 최고 실세는 '실장님?'
  • 이승종
  • 승인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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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이승종 기자] 2년 전 6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당시 일이다. 초반 유력 후보는 현재 동양자산운용 대표인 온기선씨였는데, 선정 절차가 후반께로 접어들수록 점차 뒤로 밀렸다. 온 대표는 국민연금에서 7년간 재직하며 증권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을 거친 인물. 온 대표의 '깐깐'한 성격을 아는 기금본부 실장들이 그를 탐탁찮게 여긴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온 대표는 쓴잔을 들이킨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같이 일하기 힘든 인물에 비토를 놓은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국민연금 600조원 기금은 기금본부장과 7명 실장이 운용을 책임진다. 시장에서는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기금본부장보다 그 아래 위치한 실장들을 더 주목한다. 본부장은 지금껏 최장 재임 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 지나갈 사람이라는 얘기다. 실장들은 평균 재임 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긴다. 기금본부 설립 초기부터 함께해 온 셈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국민연금 구석구석에 배여 있다. 실장들이 본부장을 넘는, 국민연금 실세로 꼽히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에선 실장급 교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인사안을 보면 사람은 그대로고 자리만 바뀐다. 국민연금 기금본부의 회전문 인사는 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4년 전 감사원이 국민연금 기금본부의 비리를 대대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기금본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거래사 평가점수를 조작했고, 거래 증권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직후 국민연금이 내놓은 인사가 가관이었다. 기존 실장급 인사들을 서열 순서에 맞춰 자리만 바꿔놓은 것. 국민연금의 안이함에 더해 실장급 인재풀의 한계를 잘 드러낸 사례였다.

현 홍완선 본부장이 취임 후 내놓은 인사도 마찬가지다. 기존 실장들을 자리만 교체한 뒤 순환보직 인사라며 내놓았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재취업 시장에서도 기금본부 실장들은 영입 1순위다. 실세로서 그가 가졌을 영향력을 믿는 것이다. 재직 중 비리도 상관없다. 2011년 국민연금 비리 파문에 연루된 실장들은 하나 같이 재취업에 성공했는데, 하영호 전 주식운용실장은 현대자산운용에, 장재하 전 리스크관리실장은 교보증권에 자리를 잡았다. 장 전 실장은 이달 출범한 스팍스자산운용의 신임 대표로 선임되기도 했다.

2012년초에는 국민연금 기금본부 내 대외비 자료가 흥국자산운용으로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연금은 내부 감사 끝에 이 사실을 적발했는데, 당시 흥국운용의 한동주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본부 운용전략실장 출신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좁은 인재풀 안에서 실장급 회전문 인사를 자행해 왔다. 인재풀이 좁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얘기다. 경쟁력 약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현 기금본부 실장들의 실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조직은 가끔 외부 충격이 필요하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권오상 전 차의과학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를 복합금융감독국장으로 영입한 건 좋은 사례다. 권 국장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반토막 연봉을 받아들였다. 국민연금도 고인 물을 자처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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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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