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과거의 나를 버려라"
"재취업...과거의 나를 버려라"
  • 이규성
  • 승인 20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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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①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장이 말하는 미래설계법
"자존감, 변화, 가족이 재취업 성패 좌우"
"인내심 갖고 포기하지 말아야...자신에 맞는 취업 전략을"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100세 시대'다. 우리나라 평균 퇴직연령은 53세다. 은퇴 시기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거의 반백년 남은 수명을 감안하면 '희망 은퇴 연령'은 70세가 넘어선다. 따라서 100세 시대는 재취업시대인 셈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일자리 부족과 나이에 따른 사회적 차별, 직업능력 부재, 체면 등으로 재취업이 사실상 막혀 있다. 재취업의 비결은 없는 것일까? 아시아경제는 전문가와 성공 인생2막을 살고 있는 경험자들의 조언을 통해 재취업 성공 노하우와 정보를 소개하는 `재취업`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장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장

"중장년 일자리센터를 방문하는 이는 더 이상 자신이 구직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분들이다. 그만큼 절실하다. 우리와 상담하는 것이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은퇴는 사람에게 있어 노화처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여 한다. 재취업하려면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하고 자신에 맞는 취업 전략을 가져야 한다."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장(52)은 "앞으로 10여년동안 매년 베이비부머 30만∼40만명이 은퇴, 구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지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은퇴자, 재취업자라면 주저말고 센터를 찾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00세 시대에 맞게 현직에 있더라도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 ▲ 자기 변화 및 소통 ▲ 가족간의 유대 등을 재취업 성공의 첫걸음으로 꼽는다.

김 센터장은 25년째 중장년 일자리 컨설팅을 진행해온 전문가로 2010년 한국무역협회가 중장년 일자리센터를 개설, 운영한 이래 줄곧 중장년 퇴직(예정)자에게 재취업 및 창업, 생애 설계 지원, 사회참여 기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김 센터장은 '결코 지지 않은 노병'인 중장년층의 친구이기를 자처한다. 김 센터장은 "재취업 구직자들에게 상담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구직의 길이 막혔다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견디고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에서는 경영, 해외 및 국내 영업, 무역, 재무, 회계, 생산 등 전 분야에 걸쳐 취업 컨설팅을 진행한다"며 "일대일 대면, 이메일, 이력서 및 면접 클리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담한다"고 센터를 소개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센터를 방문을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자리센터에서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해외 취업을 특화, 운영한다. 방문을 주저하는 사람이라도 각종 교육 프로그램 및 취업정보, 세미나, 취업 박람회 등을 통해 구직활동을 멈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현재 무협 중장년일자리센터에서는 개설 이후 현재까지 총 8450여명이 신청, 3000개 기업에 5200여명의 구직을 성사시켰다. 김 센터장은 "중장년들에게 제 2의 삶을 찾아주는 것이 보람 있고, 또 내 문제라고 생각하면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돼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해 수천여명을 만나 재취업 상담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하나씩 풀어놨다.

"다시 현역으로 첫발을 내딛고 싶다면 우선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부탁하기 보다는 우리 센터와 같은 상담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곳에는 수만개의 중소기업과 해외 일자리 등 다양한 정보가 모여 있고, 일대일 맞춤형 상담 등 체계적으로 취업 관리를 실시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자신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데 주저하지 말라."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취업 희망자들.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취업 희망자들.

중장년 재취업 페스티벌 현장 모습.
중장년 재취업 페스티벌 현장 모습.

김 센터장은 대기업 임원 출신 A씨(63)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재취업자로 꼽았다. A씨는 50대 중반에 명예퇴직해 창업했다. 그러나 2년만에 퇴직금 등 투자금을 모두 잃고 한동안 실의에 차 술로 지냈다. 그러던 중 일자리센터를 방문, 상담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자아를 회복해 나갔다. A씨는 영어 회화에 능통해 일단 강남 영어학원에서 시간제 강사로 활동하며 구직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두번 센터에 나와 상담 및 정보 수집을 하고 세미나 및 재취업 박람회 등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또 미진한 내용이 있으면 늘상 이메일을 통해 상담을 계속했다.
중장년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자신감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 100세 시대, 일이 더 필요한 사람이라면 각종 정보가 모이는 일자리센터를 방문, 지속적으로 상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장년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자신감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 100세 시대, 일이 더 필요한 사람이라면 각종 정보가 모이는 일자리센터를 방문, 지속적으로 상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1년여동안 구직활동을 펼친 결과 외국계 회사 지사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 센터장은 "A씨는 한 때 우울증을 앓을 만큼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처음 센터를 찾았을 때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며 "은퇴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이 무척 길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일단 센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도전적인 태도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김 센터장은 "과거의 나를 버리라"고 충고했다. 일례로 중견기업 간부 출신인 B씨(59)는 퇴직 후에도 몸에 밴 습성을 고치지 못 해 한동안 재취업을 못 했다. 늘상 재취업을 위한 면접을 실시할 때마다 B씨는 분위기만 누그러지면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을 펼쳐, 실패를 거듭했다. 어느 때는 면접자를 훈계하기도 하고 가르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 '면접을 잘 하고 왔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상담을 통해 B씨에게 소통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센터장은 "B씨와 같은 사람은 자신의 태도를 고치기가 쉽지 않다"며 "문제를 파악하고는 전문적인 정신 상담을 하는 등 변화하기 위해 무진 애쓴 결과 지방 중소기업의 공장장으로 재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재취업의 성패는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달려 있다"며 "부단히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세상에 적응하려할 때 제 2의 삶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퇴 이후에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태도와 변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취업 일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인내를 갖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면 얼마든지 기회가 온다. 은퇴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인생을 멀리까지 설계할 수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여기까지 준비됐다면 마지막으로 '가족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특히 배우자의 지원과 밝은 가정 생활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야 가족들이 조금씩 아버지의 무게를 덜어주려하고, 함께 힘이 돼준다. 가족은 가장 큰 지원군이다. 그들을 내 편을 만들고 밝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삶을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다. 다시금 세상과 겨뤄볼 힘이 생겼다면 이제 모든 문제는 풀린 것과 같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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