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이채원 "아주 싸기보다 적당히 싼 종목 찾아야"
[투자의 창]이채원 "아주 싸기보다 적당히 싼 종목 찾아야"
  • 서소정
  • 승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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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밸류운용 CIO "리스크 회피 방법은 비싼 자산 피하는 것"
[팍스경제TV 서소정 기자]이 기사는 10월30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부사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부사장)
TV '머니&이슈'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방송 보기>

서소정 기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최고투자책임자·CIO)은 국내 가치투자 대부로 불립니다. 가치투자가 전무한 시절부터 가치투자를 몸소 실천·유지해왔고 가치투자라는 새 영역을 발굴했습니다. '한국의 워렌 버핏', '가치투자 대부'로 불리는 데 대해 부담스럽지 않나요?

이채원 "내 투자스타일, 워렌 버핏보다 피터 린치"

이채원 부사장: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맞는 얘기도 아니고요. 워렌 버핏이란 사람에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겪으면서 제가 운용하던 펀드가 크게 손실이 난 적이 있습니다. 40% 손실이 났고 물론 코스피는 60% 손실이 나서 코스피 대비 20%포인트 잘했으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원금이 40% 손실난 것인데, 그때 제가 크나큰 반성을 하면서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으면서 가치투자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코스피가 많이 하락하더라도) 원금이 그렇게까지 많이 깨져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건의해서 우리도 미국처럼 가치투자 전용 펀드를 만들자고 했는데 이게 흔쾌히 받아들여져서 1998년 12월, 국내 최초의 가치주펀드 ‘동원밸류이채원1호’라고 해서 이름까지 붙여서 나왔는데...제가 오래했으니 그런 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 제일 오래된 가치투자자입니다. 제도권에서는.

사실은 제 스타일은 버핏보다는 오히려 피터 린치에 가까운, 끊임없이 기업탐방 다니고 바텀업으로 접근해서 좋은 주식 사서 장기 보유하고 있다가 내재가치 이상으로 가면 매도하는, 그런 전략을 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서 기자: 이채원은 옳은 투자, 바른 투자를 장기동안 해왔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시련도 있지 않았나요? <이채원 가치투자> 책 보면 한때 손실을 봤을 때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더 이상 (펀드) 운용 못할 것 같다, 쉼이 필요하다. 이런 적도 있고, 힘든 시기 있었는데 이런 시기 어떻게 극복했나 궁금합니다.

"가장 큰 위기는 닷컴버블"…기업 주가는 가치에 수렴 '믿음'

이 부사장: 어려웠던 시기 많았습니다. 과거 20년을 돌이켜보면. IMF 구제금융 시기 원금 깨져서 굉장히 어려웠고, 1999년 기술주 거품, 닷컴거품.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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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었는데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안갖고 있던 닷컴주식들, 통신주, 새롬기술, 데이콤, 그때 활약했던 KT 등 통신주가 굉장히 크게 올랐습니다.
가 당시 19만9000원, 20만원 근처까지 갔었고, 굉장히 큰 슈퍼거품이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코스피는 올라가는데 제가 갖고 있는 주식들은 떨어지니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난 것입니다.

저는 상대수익이 안좋을 때는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코스피가 50% 올라서 남들은 50~60% 벌었는데 우리 펀드는 40% 벌었다면 이게 2009~2010년 벌어진 일인데 그래도 우리는 번 것 아닌가요. 원금이 안깨지고. 우리 목표는 금리+알파인데 그 당시 금리가 5% 정도여서 연 10% 정도 벌면 충분했습니다. 그 대신 안깨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은 괜찮은데 문제는 원금이 크게 깨질 때입니다. 시스템 위기라고 하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모든 주식이 떨어지는 국면이 옵니다. 1997~1998년 그랬고, 리먼사태가 터진 2008년에도 그랬습니다. 2008년 순식간에 코스피가 2000에서 900포인트가 깨져서 896까지 가니 펀드수익률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기간에 30~40% 손실이 나니 괴로워서 잠도 못자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겨낼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믿음.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한 믿음이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 경제나 산업에 대한 믿음. 외환보유고가 세계 4위고, 절대로 시스템 위기가 올 가능성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어렸을 때는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 기업의 가치와 기업의 실적, 주가는 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1999년처럼 사상최대 이익을 내는데 주가는 신저가고, 거품이 낀 주식은 올라가고요.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나고 보면 반드시 기업의 주가와 가치는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그 괴리가 메워지게 됩니다. 우리가 20년 이상 겪어왔기 때문에 그런 믿음과 진리는 불변이므로 그런 믿음으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서 기자: 내년이면 대표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가 10년을 맞습니다. 의미가 상당한데 소회와 운용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내년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10주년…현재 설정후 수익률 160%"

이 부사장: 10년 이상 투자할 고객만 모시는 취지로 제대로 장기 투자할 목표로 출시했고요, 업계 유일하게 락업(Lock-up)이 3년 걸려있는, 3년 전에 환매하면 패널티 있는 펀드입니다. 애초 목표는 장세에 휘둘리지 말고 코스피 신경쓰지 말고 꾸준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자는 것이 목표였고, 당시 금리가 5~6%였기 때문에, 당시 연간 목표가 10%입니다. 지금으로선 꿈같은 목표입니다. 지금은 금리 두배 해봤자 3% 내외로 4% 벌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당시 목표는 연복리 10%였기 때문에 첫날 넣으신 분들 입장에선 달성해야 하지 않나요. 수익률 오늘 보니 160%, 첫날 넣으신 분이 100만원 넣었으면 260만원이 돼서 2.6배가 돼있는 것입니다. 연 10%면 2.67배가 돼야 합니다.

내년 4월까지 3~4% 수익을 올리면 애초 목표는 달성되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시장의 큰 변화 없이 잘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리고 언제 어느 시점에 가입했든 당시 금리 기준으로 봤을 때 금리 2배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원하는 것, 목표는 하나입니다. 모든 고객들이 원금 손실 없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금리 이상으로, 물론 10년 이상 투자했을 경우를 가정하는데 우리도 단기적으로 얼마든지 마이너스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 기준에서 보면 10년 이상 가입했을 때 연평균 복리 수익률이 금리 이상으로 꾸준히 기복 없이, 20~30년 지나서 복리의 마술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입니다.

서 기자: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따라 다른데 앞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면 국내 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저성장 시대, 자산가치 높은 기업 눈여겨 봐야"

이 부사장: 성장이 둔화되면 더 이상 팔 우물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좀 더럽더라도 고여있는 더러운 물을 정화해서 마셔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과거 성장의 결실을 일시에 취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지금은 돈을 많이 못벌지만(별 재미가 없지만), 이전에 벌어둔 게 하도 많아서 기업에 쌓아둔 것입니다. 기업이 땅을 샀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했거나 정기예금에 들어가 자산가치가 많은 기업, 차입급이 없고 현금 많이 들고 있고. 자산이 많은 기업이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 주주 운동이 강화됩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개매수, 소액주주 운동 활발해지고 배당 압력이 굉장히 강해집니다. 그래서 주가가 올라갈 수 있고, 사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돈이 몰리게 돼서. 어떤 기업이 지금은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차입금 없고, 자산가치 1조 정도 되는데 시가총액이 3000억이라고 하면 이런 기업은 남아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누가 사서 올라갈 것입니다. 갭이 없어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산가치 높은 기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 기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고액자산가들에게 시중 프라이빗뱅커(PB)들이 "방망이를 짧게 쥐어라. 총알 비축하고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려라" 조언하는데 실제 고액자산가들도 미국 금리 인상이 터지면 그 때 대응해야 하니까 단기 위주로 투자하는 측면이 있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언을 해주신다면?

"우량하지만 인기 없어 싼 기업 매수하라"

이 부사장: 리스크를 회피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저평가된 자산을 많이 들고 있는게 가장 좋습니다. 비싼 자산을 들고 있는게 가장 큰 위험입니다. 어떤 위기가 오든 좋고 싼 자산들은 방어가 잘 됩니다. 너무 싸기 때문에 더 이상 잘 안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배당수익률이 5% 나온다면 주가가 반토막 나면 배당수익률이 10%가 됩니다. 금리가 2%인데, 그러면 누군가 사게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기업의 차입금이 없어야 합니다. 망하면 안되니까요. 우량한 기업임에도 인기가 없어서 싼 기업들, 문제가 있어서 싼 기업은 매수하면 안되고, 회사가 좋은데 인기가 없거나 트렌드에 안맞아서 저평가된 기업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서 기자: 투자자들은 가장 궁금합니다. 그래서 싸고,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이 어디일까, 섹터나 종목이 궁금한데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싼 기업보다 적당히 싼 기업…초 저PER주 찾기 힘들어"

이 부사장: 무작정 아주 싼 기업보다는 지금 상황에서는 적당히 싼 기업. PER이 10배 정도 되고, 그 대신 퀄리티가 좋은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지킬 수 있고, 스스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예를 들면 세계 1등, 국내 독보적인 점유율 갖고 있는 기업이나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이 잘 안 줄어드는, 최소한 이 정도의 이익은 계속 난다는 기업을 잣대로 계산했을 때 PER 10~12배 정도 계산되는. 최근 채권 PER 워낙 높기 때문에 이전처럼 초 저PER주는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PER 10~15배 사이면 충분히 싸다고 생각합니다. 질높은 가치주(Quality Value stock)를 찾는게 좋습니다.

또 하나 팁은 지배구조 이슈가 화두입니다. 지배구조 좋은 기업의 자산주에 투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지주회사들. 지주회사 많습니다. 그중에서 PBR이 1배 정도 안된, 저평가 돼 있고, PER은 15배 이하되는 우량 지주사들, 배당도 좀 주는 기업이면 좋은 대상 될 것 같습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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