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 미래 여는 '자율항해솔루션 SAS'
시프트 오토,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 가능성 증명
지난 2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눈앞에는 미래 도시에서나 볼법한 요트 모양의 하얀색 선박이 좌우로 방향을 틀며 고현만 앞 바다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숙련된 선장이 능숙한 핸들링을 뽐내는 듯 돌진해오는 마린크래프트(소형 선박)를 요리조리 피하며 우회경로를 찾아 이동했습니다. 한바탕 ‘항해 놀이’를 마친 선박이 계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선장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삼성중공업의 자율운항선박 '시프트 오토(SHIFT-Auto)'였습니다.
"인공지능 선장의 시대가 열렸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삼성중공업의 한 연구원이 스마트폰을 클릭하자 배 옆에 'Auto Mooring'장치가 계선을 풀며 계류 과정과 이안을 자동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배에 올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3대의 삼성 에스비전 모니터였습니다. 모니터는 선박 주변을 볼 수 있는 360도 서라운드뷰 시스템 등이 탑재돼 있었습니다. 조종석은 슬라이드형 콘솔 안에 들어가 있어 내부가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선박 내부를 관찰하는 사이 바깥에서는 출항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선박 스마트화 앞당긴다···삼성전자 '스마트싱스' 탑재
"빅스비, 출항 준비 모드 실행시켜줘"
기자를 비롯한 탑승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관계자가 ‘입으로’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출항 준비를 완료했다는 빅스비의 대답과 함께 4번의 경적음이 울리고 선박 내부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출항과 함께 15개의 자동화 제어 시스템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선원의 개입 없이 배가 자동으로 출항하는 진귀한 장면. 놀람과 설렘임에 서울에서 거제까지 5시간 남짓 이동하며 쌓였던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시프트 오토는 삼성전자 IoT 시스템인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탑재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전기모드 조작, 계류 모드 자동화 등 기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기술들을 간편하게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IoT 기반 비상 대응 시스템으로 실시간 경고와 자동화된 대응을 제공해 긴급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비상상황 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대전 대덕연구소에 연결돼 원격관제자들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실제 비상상황을 연출하자 IoT 기술이 원격관제자들의 핸드폰으로 넘어가 비상상황을 전달했고 관제실에서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선내에 있는 9개의 CCTV 정보를 저궤도 위성통신부를 통해 받아 대덕연구소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선박 내부에서 문 열림 버튼을 누르자 "운항 중에는 구명조끼를 입어야 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안전사고를 대비한 다양한 솔루션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 자율운항 미래 여는 '자율항해솔루션 SAS'
충돌회피시스템 시연에 앞서 진행자가 음성으로 배를 조종하겠다며 주위를 환기시켰습니다. "엔진 풀 어헤드(전속 전진)"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선박에 엔진 명령이 들어가 속도가 9노트(시속 16.67km)까지 상승했습니다. "하프 어헤드"라 외치자 천천히 6노트(시속 11.11km)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측로 180도 좌우 변경도 가능했습니다. 항해를 직접 제어해야 하는 경우 빅스비 음성이 아닌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합니다. 항해의 특별한 언어로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LLM 모델에 항해 제어·통신용 언어를 학습시켰다고 삼성중공업 측은 설명했습니다.
음성제어로 엔진을 감소시키던 중 모니터에 노란색 점으로 된 표적이 떴습니다. 시프트 오토를 향해 다가오는 소형 선박이었습니다. 이내 선박과 점점 가까워져 '충돌하면 어떡하지' 싶은 찰나 시프트 오토가 모니터에 초록색 회피 경로를 만들어 선박을 제어했습니다. 회피를 수행하자 기존 주황색 경로로 돌아와 다시 목적지를 향해 운항했습니다. 시프트 오토는 2km 근방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시프트 오토가 스스로 항로를 설정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SAS(Samsung Autonomout Ship)'라는 자율항해 솔루션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SAS는 2020년 삼성중공업에서 개발한 시스템으로 선박의 계획 항로를 따라 자동 항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항해 중 타 선박이나 장애물을 인지해 어느 시점에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의사결정을 하고 안정적으로 제어까지 연계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천장 좌·우측에는 COD(Cabin Overhead Display)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어 운항 누적 데이터, 시간, 운항모드, 실시간 라이브 뷰 등으로 원하는 데이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시프트 오토는 뛰어난 조선 기술과 첨단 자율운행 시스템이 결합된 결합물이었습니다. 16분 동안 진행된 시연은 완전자율운항 시대의 실현 가능성을 체험하기 충분했습니다.
김재우 삼성중공업 자율운항연구센터 그룹장은 "향후 자동으로 계류와 이안을 하고 성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AI가 모든 것을 하게 될 것이다"며 "AI가 모든 루트를 짜고 의사결정을 해서 시프트 오토가 완벽한 AI 선박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 시프트 오토,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 가능성 증명
이날 출항식에는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주요 선급들이 자리했습니다. 최 대표는 기념사를 통해 시프트 오토 출항이 기술적 성취를 넘어 조선해양 산업 전체를 변화시킬 상징적인 시작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최 대표는 "시프트 오토가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고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의 가능성을 증명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성공적인 실증을 통해 미래 해양기술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승렬 산업정책실장은 축사에서 시프트 오토의 출항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이 실장은 "오늘은 배가 태어나는 날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시프트 오토의 출항의 의미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 실증과 상용화를 위해서 중요한 도약의 순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도적인 지원을 수행해 왔다"며 "기술 혁신과 실증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미래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제 개선과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미국이 우리나라의 조선업에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율운항 선박 분야도 양국 간 협력의 가능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좋은 분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실장은 "한국의 자율운항선박이 5대양 6대주를 누비면서 글로벌 러브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도 역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