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유출 '여기 어때'에 국민혈세 투자?
고객정보유출 '여기 어때'에 국민혈세 투자?
  • 이순영
  • 승인 2017.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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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억 투자에도 보안은 '뒷전'
[팍스경제TV 이순영 기자]


(앵커) 고객정보 수백만건이 유출되는 사고를 낸 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가 최근 2년 동안 벤처캐피털(VC)로부터 수백억원의 거액 투자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관련 파장에 대한 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순영 기자, 여기어때라면 초보적인 보안 시스템도 갖추지 않아 정부가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한 곳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숙박 O2O업체 여기어때는 지난 3월이죠. 개인정보 99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된 곳입니다.

방통위는 고객정보 유출 수준이나 정황이 심각하다고 여겨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에 3년 평균매출액 기준에서 3% 수준의 과징금 처분과 보안 완비를 명령하는 시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기어때’는 정보유출에 따른 개인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 첫 사례가 될지도 주목받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앵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O2O 서비스 기업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보안 시스템도 갖추지 않아 사고가 터진 문제의 기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했다? 수완이 좋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투자사들 검토가 부실했다고 봐야하나요?

(기자) 결론부터 내리기 전에 말이죠. 여기어때는 그동안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사, 제이케이엘파트너스 등 굵직한 벤처캐피털(VC)이 투자했습니다.

이들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업계에서 ‘실적과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곳들입니다.

좋은 투자평판에 따라, 투자업계의 큰 손 국민연금을 비롯해 산업은행, 연기금,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농협 등 국내 대표 유한책임출자자(LP)들의 출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기금들이 앞서 언급한 투자사들을 통해 ‘여기어때’에 과감한 투자를 시행했고요. 여기어 누적 투자 규모만 330억원에 달합니다.



(앵커) 그래도 다른 곳은 몰라도 온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투자는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이 기자. 여기어때 고객정보 유출은 상반기 최대 보안 이슈 문제 중 하나였고,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로 초미의 관심사인 문제 기업에 벤처캐피탈들이 대거 투자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저희 팍스경제TV에서 여러 차례 보도를 해 드린 바와 같이, 여기어때는 피해를 입은 개인들의 집단 소송과 과기부의 과징금, 자본잠식 등, 투자 관점에서 보자면 투자가 아닌 투자금을 오히려 회수해야 하는 곳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투자가 이뤄진 단계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고 벤처 캐피탈 성격상 계약기간이 있고요.

또, 갑자기 해당 기업이 M&A나 IPO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문제를 일으켰다 하더라도 당장 돈을 빼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깁니다.

(앵커) 그런데 이 기자, 지난번에 보도한 바로는 특히, JKL파트너스의 경우 추가 투자를 하기로 거의 확정한 단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떠나 과징금까지 철퇴를 맞게 된 상황인데… 물론 회수는 어렵다 하더라도 추가 투자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벤처 캐피털 업계 관계자나 국민연금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 위원들도 그 점을 꼬집었습니다.

투자하고 나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신규투자는 보통 안한다는 것이죠.

여기어때의 경우 정보보안 문제는 기존 투자 이후 터진 사안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추가 투자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앵커) JKL파트너스 이은상 대표는 확인을 해 주고 있진 않습니다만, 만약 저희가 취재한 바대로 여기어때에 추가 투자할 경우, 결국 온 국민의 노후연금과 벤처 도와주라고 만든 정책자금이 고객정보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죠?

(기자) 네. 그래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개별 종목이나 기업투자 건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기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LP로 참여할 때 투자기준 역시 투자전략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투자는 회사 비밀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네요. 그래도, 온 국민의 노후연금과 벤처도와주라는 정책자금이 고객정보유출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기업에 투자가 된 것인데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너무 관망만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 국민연금은 블라인드펀드, 즉,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운용사(GP)만 믿고 돈을 출자한 가운데 이 같은 사안이 터진 것이기 때문에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의 책임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핵심 LP인 국민연금이 대응을 너무 소홀히 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벤처 투자의 경우 운용사(GP)와 출자자(LP)의 관계는 의사표현이 상당히 자유롭고 의사결정을 할 때 LP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책임이 없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자기 돈이 아닌 나랏돈을 문제 회사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공격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연금 측의 소홀함을 꼬집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문제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사 판단이겠지만, 국민연금 등 공적인 목적의 돈들이 문제기업에 추가 투자되는 것은 법으로라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순영 기자였습니다.


이순영 기자 lsymc@asia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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