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내 잇단 '성추문'…직장 내 성범죄 해법은?
회사내 잇단 '성추문'…직장 내 성범죄 해법은?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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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최근 회사내 각종 사건 사고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슈가 불거질 경우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나아가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이를 대처하는 방안과 회사내 감사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회사 내 성폭행 관련 뉴스가 많이 보인다. 이 문제에서 사측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박선규 대표) 예. 그렇습니다. 직장 동료와 상사로부터 연쇄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한샘’ 사건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현대카드, 우리은행, 시티은행, 현대중공업 등 연이어 성추문이 터져 논란의 불씨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사측의 태도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한샘은 회사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 여성에게 합의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조속한 사건 무마를 위해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를 두둔하며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과 전 인사팀장 개인의 문제로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지난 7일 자사 페이스북 및 언론사 해명을 통해 3가지 사실을 밝혔는데요. 강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직원 A씨와 팀장인 남성 B씨 간의 개인적 애정 행각이라는 점, 그리고 회사 자체의 엄격한 조사 및 경찰조사를 통해 성폭행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는 점, 또 오히려 B씨가 A씨를 무고혐의로 고소한 상태라는 점 등입니다.
  
최소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마저 없었고, 오히려 “회사는 성폭력 등의 직장 안전 문제에 매우 단호하다”면서 “회사가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예단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불붙고 있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인데요. ‘적반하장’이라고 반응하는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씨티은행의 경우도 몰래 카메라 사건이 터졌는데,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여직원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사진까지 발견되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회사의 대처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이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는지?

박선규 대표) 고위직을 포함한 지속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거나 회사내 전문성을 갖춘 상담조직을 설치하는 등 제도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오너나 경영진 그리고 구성원들이 성범죄 문제를 심각한 경영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합니다. 또한 성평등 문화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제도적인 방법, 설명을 좀 해 주신다면?

박선규 대표) 제도적인 방법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성희롱 예방교육도 고위직들은 참여율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모두 참여시켜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상담조직은 보완을 통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들의 자각을 일깨울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최근 전세계에서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해시태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확산 중인데요. 이 SNS 폭로 글로 유럽과 인도까지 사회 지도층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 관련 범죄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앵커) 성범죄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의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박선규 대표) 인식제고 측면에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회사들마다 쉬쉬하면서 덮으려고만 하는데, 이 번에 한샘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샘 직원의 경우도 사건 직후 회사가 아닌 연락처를 아는 경찰관에게 먼저 조언을 구했고, 회사는 경찰을 통해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성폭행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서 불매 운동까지 번지고 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사태가 점점 겉잡을 수없는 상황으로 간다는 것을 보셨을 텐데요. 회사의 매출과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해졌습니다. 회사의 오너나 경영진 그리고 구성원의 인식제고가 필요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앵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내 감사, 또는 징계 시스템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박선규 대표) 감사팀의 제보창구를 운영하고 사규에 구체적인 징계기준을 마련한 회사도 있고, 성희롱 제로를 선언하는 회사와 수시로 사내 방송을 통해 공지를 하는 회사도 있는데, 대부분의 회사는 고충 처리위원회도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회사내 감사, 또는 징계 시스템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외부 유출을 경계하다보니 징계위원회는 보통 내부 임원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임원은 주로 남성들이며, 조직의 입장과 가해자의 논리를 피해자에게 부지불식간에 강요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피해자가 뒤늦게 검찰 고소를 해도 이미 증거가 오염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혐의가 나올 수 있구요. 이후 무고나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해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버리는 경우도 다수 발견됩니다.

앵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박선규 대표) 조직구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상하관계가 명확한 조직 구조는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 되어 왔습니다. 지난해 9~12월 경찰청 단속 결과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폭력’ 717건 가운데 374건이 직장 내 사건으로 집계된 바 있습니다. 업무나 고용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적인 인간관계와 직장 내 권력관계가 중첩되는 기업 문화가 직장 내 성폭력 문제의 빠른 공론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인데, 피해자 스스로 권력관계의 열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있고, “문제를 제기했다가 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발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또한 성범죄는 그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 정황증거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인 것도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성추문 리스크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정책 예시

박선규 대표) 기업들이 회식을 줄이고 교육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에어부산은 최근 팀 내 회식을 문화 활동으로 대체했고, BNK금융그룹은 1차에 1가지 술로 밤 9시 전에 술자리를 끝낸다는 ‘119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성폭력 사건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사내 인트라넷을 성폭력 전담 상담창구로 활용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사내 성희롱을 알게 됐을 때 ‘행복상담실’로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회식지킴이 제도를 통해 사내 성희롱 및 언어폭력 방지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내용을 보면, 

‘1-1-2’룰 준수가 있는데, 술자리는 1차에 1가지 술로 2시간 이내에 끝내도록 권한 것입니다. ‘폭음’이 불미스러운 사고의 원인임을 자각한 데 따른 조항입니다. 또 ‘1-1-2’룰 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어 회식 후 귀가할 때, 여직원과 남성 임직원이 같은 차를 타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식 지킴이를 지정해 이상의 규칙을 어긴 사람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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