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만 되면 '연차 눈치 전쟁'…"기업 휴가 문화 개선 필요"
연말만 되면 '연차 눈치 전쟁'…"기업 휴가 문화 개선 필요"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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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직장 다니시는 분들 올해 연차, 모두 사용하셨습니까?

연말만 되면 회사와 직장인 간의 ‘연차 눈치 전쟁’이 펼쳐지곤 하는데요.

회사에서는 남은 한 달 동안 쓰지 않은 연차를 다 이용하라고 독려하는데,
직원들은 그리 탐탁지 않은 모습입니다.

기업들의 휴가 문화,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청와대가 올해부터 청와대 직원의 연차사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연차를 사용하는 모습인데?

박선규 대표) 예,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도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여름휴가 12일 이상을 의무화하고 기본 연차유급휴가일수를 20일로 늘리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는데요. 실제로 취임 후 지금까지 7일정도의 연차를 썼고 연말까지 휴가를 다 쓸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 자체도 연가를 70%이상 의무 소진하지 않으면 성과 상여금을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직원들의 연가 사용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청와대의 연차 사용 장려에도 기업은 제자리다?

박선규 대표) 지난 7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내놓은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결과’를 보면, 근로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연평균 15.1일의 연차 휴가를 받지만 7.9일밖에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문 응답자 3명 중 1명은 1년에 5일도 휴가를 못 가며, 10명 중 1명은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습니다. 이는 OECD 주요국의 평균 휴가 일수가 20.6일, 휴가 사용률 70% 이상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쓰라고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상사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기업들 일수록 “연중엔 ‘연차’ 얘기만 나와도 눈치만 주다 연말만 되면 ‘연차소진 전도사’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당한 대우나 처사가 걱정이 되어 근로자에게 보장된 휴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현재의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얼마전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것으로 아는데요? 

박선규 대표) 네, 지난달 21일이었죠.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의결됐는데요. 개정안의 핵심은 1년차 미만에서 휴가를 사용해도 2년차 총 연차유급휴가에서 차감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재직 1년 차에 휴가를 사용하면 그 일수만큼 다음해 연차 휴가 일수에서 차감됐습니다. 그래서 신입 사원이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차감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즉 신입 사원은 입사 1년 차에 최대 11일, 2년 차에 15일 등 입사 후 2년 동안 최대 26일 동안 휴가를 갈 수 있게 됩니다.

개정안은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다시 근로자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들이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박선규 대표) 올해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596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가 39.4%로 가장 많았고, 업무가 많아서가 37.9%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연차를 잘 사용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 때문에’ 또, 연차를 쓸 만큼 특별한 일이 없어서 등도 올해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한 이유로 꼽혔습니다.  

앵커) 연말에만 연차 사용 권장, 연차보상비 절감 때문이다?

박선규 대표) 최근 기업들마다 직원들에게 “연말까지 남은 휴가를 전부 소진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리고 있는데요. 이를 받아 본 직원들의 마음은 좋지 많은 않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지시를 내린 배경 때문인데요. 연말이 되니까 기업들마다 각 부서장 또는 팀장들에게 “구성원의 잔여연차가 많을수록 부서장 성과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와 간부들은 남은 한 달 동안 쓰지 않은 연차를 다 이용하라고 독려하는 반면, 직원들은 연차보상비를 아끼려는 회사와 성과평가를 의식한 간부들 합작품이라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기업들마다 밀려있는 연차를 소진하는 방법

박선규 대표) 일부 기업들의 경우 정해진 연차 외에도 직원들에게 특별휴가를 더 제공하는 등 '쉼'을 장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휴가와 연차계획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데, 롯데물산의 경우 올해부터 '리프레시 휴가'라고 해서 연 2회, 연차 3일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고, 또 '징검다리 휴일'에는 전체 의무휴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임직원의 가족 기념일에 연차를 사용할 경우 사은품을 제공하는 '가족사랑연차'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다른 회사에 비해 휴가가 파격적이기로 유명한데요. 남은 연차를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쓰게 해주는 분위기입니다. 기존 연월차뿐 아니라 연 4일 정도 쓸 수 있는 해피베케이션 제도, 1년 근속하면 7일 정도 주어지는 리프레시 휴가도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은 바람직한 휴가사용 문화 정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사 동시 휴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사 동시휴가는 개인의 연차휴가 내에서 지정된 동시휴가일에 쉴 수 있는 제도로 매달 1∼2회 지정해 실시하고 있는데, 이 밖에도 금요일 오후 반일휴가나 샌드위치 휴가 사용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K쇼핑은 직원들에게 할당된 연차 외에도 일주일간의 '능력향상휴가'를 주는데,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내부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능력향상휴가를 합치면 팀장급의 경우 30일에 가까운 연차를 쓸 수 있습니다. 이 밖에 11번가는 연차 외에 추가로 체력단련휴가를 주고 있습니다.

앵커) 연차 사용문제, 대책은 무엇인가?

박선규 대표) 회사 내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통해 연차사용문화를 확산해야 합니다. 설문조사에서도 보셨지만 윗사람이 연차를 쓰지 않으면 아랫사람들 또한 연차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있는 ‘눈치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들이 나서서 영감과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기업들이 매 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구성원들의 휴가 계획도 함께 받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개발 만큼이나 재충전 계획도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이와 더불어 법적으로만 시한을 지켜 형식적인 통보에 머무르지 말고 자체 캠페인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연차 사용의 효과를 본 기업 사례를 보면, 자유로운 연차 사용 분위기는 직원들의 업무 능률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개인의 권리에 대한 주장이나 의사가 훨씬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일을 할 때에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직원들 스스로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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