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부당해고 판정에도 쿠팡맨 복직 안됐다…이유는
[분석] 부당해고 판정에도 쿠팡맨 복직 안됐다…이유는
  • 정윤형 기자
  • 승인 2017.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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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정윤형 기자]

(앵커)
지난주, 로켓배송을 하다 다친 쿠팡맨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소속회사인 쿠팡이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쿠팡이 행정소송을 진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해당 소송 과정에서 근로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취재한 정윤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정 기자, 부당해고 판정받은 근로자를 복직시키라는 중노위의 판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내야하는 걸로 아는데요.

쿠팡은 이행강제금을 내가면서 행정소송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뭡니까?

(기자)
업무 중에 다친 쿠팡맨에 대한 해고조치가 부당해고라고 선언한 중노위의 판정은 계약직 근로자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근로자들의 권리에 손을 들어준 건데요.

만약, 쿠팡이 중노위 판정을 인정하고 넘어가면 쿠팡 내에 있는 수많은 계약직 쿠팡맨들의 권리도 자동으로 보장되는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쿠팡은 다른 어떤 비용이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중노위 판정이 법적으로 번복될 때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앵커)
다른 쿠팡맨에게 권한이 열리기 때문에 이행강제금도 내고 행정소송도 불사한다?

(기자)
그렇습니다.

쿠팡은 이번 행정소송의 승소를 위해 국내 굴지의 로펌인 율촌에 사건을 맡겼습니다. 쿠팡 측 변호사 수는 다섯명이나 되고요.

쿠팡은 앞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심판받을 때보다 변호사 수를 늘리고 로펌도 바꾼 상태입니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중노위의 부당해고자 복직 주문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행강제금을 내야하는데요.

쿠팡은 이행강제금을 내고서라도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중노위 복직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때 쿠팡같은 기업이 내는 이행강제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한 근로자를 구제하라는 중노위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중노위가 이행강제금으로 한 번에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금액을 부과하는데요.

중노위는 이를 2년동안 최대 네 번까지 부과할 수 있습니다.

쿠팡처럼 3조 원씩 매출을 내는 기업에는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중노위 구제명령을 상습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업체 1위가 바로 현대자동차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세 건의 해고사건에서 근로자 구제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같은 중노위 결정을 이행하지 않아 총 아홉 차례에 걸쳐 5억9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작년 현대차 매출이 90조가 넘거든요.

90조원 중 5억9000만원입니다.

금액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를 구제하지 않고 돈을 내면서 버티는 겁니다.

기업들 입장에선 중노위의 이행 명령이 무섭지 않은 이유가 바로 쥐꼬리 이행강제금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기업, 돈 내고 버티면 된다’ 중노위의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겠네요.

게다가 중노위의 판정이 행정법원으로 가면 뒤집히는 경우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행정소송이 제기된 중노위 판정 중에서, 중노위 판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비율을 ‘판정유지율’이라고 하는데 중노위가 공개한 연도별 판정유지율을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판정유지율이 75%였습니다.

즉, 네 건 중 한 건의 사건은 중노위의 판정결과가 행정소송에서 뒤집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노위의 판정과 행정소송의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는 해가 갈수록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노위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줘도 행정소송에 갔을 때 근로자가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인데, 노동 정책적 시스템의 이면은 어둡네요.
 
그리고 정기자. 정 기자 기사에 나온 쿠팡맨A씨,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복직하지못했는데 앞으로도 복직을 장담할수없다구요?

(기자)
네, 행정소송에서 중노위가 패소해 판정이 뒤집힐 경우, 이에 불복해 항소하는 것은 중노위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진행됩니다.

다시 말해, 검찰이 중노위에 관련 항소를 포기하라고 지시한다면 쿠팡맨 A씨를 구제할 길이 사실상 없어지는 거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A씨는 스스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항소를 해야 하는데,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개인이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기자)
그렇습니다.

변호사 선임비용이 부담 될 뿐만 아니라 소송을 진행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또, A씨가 오롯이 소송에만 매달려야 합니다.

현재 일자리도 못 구한 상태에서 생계 유지도 어려운데 소송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거죠.

A씨의 경우 부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판정을 신청하면서 노무사를 선임한 적이 있는데요.

이 역시도 쿠팡맨 노조에서 도움을 받아 겨우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쿠팡노조도 재정적으로 여유롭고 탄탄한 노조가 아니고, 지난 8월, 정규직 쿠팡맨 일부가 모여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계약직 쿠팡맨들은 노조에 가입하면 사측에서 계약을 해지하는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노조가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쿠팡맨 A씨와 여러차례 접촉했는데요, A씨는 행정소송에서 중노위가 쿠팡에 패소하더라도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항소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항소할 여력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중노위 구제판정을 받고 복직을 꿈꿨던 A씨가 안타깝습니다.

근로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보이네요.

지금까지 정윤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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