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재계인사 마무리…퇴직 중장년층 어디로?
연말 재계인사 마무리…퇴직 중장년층 어디로?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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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삼성을 시작으로 한 연말 재계 인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의 ‘58년생 이전 출생자 퇴진’을 기준으로, 다른 기업들 역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러한 인사 기준에 문제점은 없는지, 또 이들의 퇴진 후의 움직임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함께합니다.

앵커) 삼성그룹이 세대교체를 명목으로 1958년생 이전 출생 경영자들을 정리했다. 해당기준으로 경영진 이하 직급 퇴출연령이 더 어려졌는데, 해당 퇴출 기준, 어떻게 생각하나?

박선규 대표) 이건희 회장은 과거 “60세를 넘어서면 실무에서 무조건 손을 떼야 한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에선 ‘60대 사장 퇴진 룰’이 공공연한 얘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기준으로 인위적으로 경영자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 승진자 7명의 평균 나이는 ‘55.9세’인데요. 사장 승진자들의 나이가 어려진 만큼 후속 임원인사의 승진자들은 연령대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임원은 물론 30∼40대 일반 직원들마저도 회사에서의 수명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이는 안정성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앵커) 임원들을 포함해 고참 부장들도 회사를 떠나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헤드헌터 시장에서 느끼는 현황, 어떤가요?

박선규 대표) <한겨레21>이 입수한 삼성그룹의 계열사 삼성화재의 인사 관련 자료를 보면, 2016년 말 현재 이 회사에 근무하는 부장 보직자 221명 가운데 만 53살을 넘긴 이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만 53살은 1명, 50~52살은 28명이었는데, 삼성화재의 전·현직 직원들은 이런 기이한 현상이 생긴 이유를 “나이를 기준으로 인위적인 보직 퇴출과 사직 종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부서장은 만 50살이 되면 정리 대상자로 분류되고, 센터장이나 팀장급은 40대 후반부터 퇴직이나 계약직 전환 압박을 받는다”고 증언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0살 전후의 일부 고참 부장들을 포함한 중간관리자급에서 헤드헌팅회사에 이직을 문의하거나 이력서를 보내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미래의 불안감 때문인데 본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이직 시장의 상황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기업 출신 임원이나 차부장급 간부들은 이직이 잘 되는 편이라는데, 사실인가?

박선규 대표) 중소기업 출신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직급에 따라 다르기도 한데, 차장급은 기회가 좀 많은 편이고 부장급의 경우는 직무 경쟁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영업이나 마케팅, 기술개발 등의 경우는 경쟁력이 있지만 총무를 포함한 경영지원 쪽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임원들의 경우는 대기업 출신들을 영입하려는 중견,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기회는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 퇴직이 그 기회를 예전과 다른 생존경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으로 인해 이미 대기업 출신의 이직 희망자가 시장 수요를 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대기업 출신들은 오히려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가 꽤 있다고 한다. 괜찮은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 같은 곳으로 취직도 잘 된다고 하던데, 사실인지?

박선규 대표) 예, 맞습니다. 눈높이를 낮춰서 이직이나 재취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서 가는 편입니다. 임원 출신이라면, 더더욱 그런 기회는 많이 돌아오는데, 다른 기회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그 하청업체 또는 관련 업체 등에 유사한 직책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부장급의 경우에는 아직도 눈높이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임원 승진 등의 미래를 보고 이직을 하는 경우는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요즘은 외부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있어서 이직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집니다.

앵커) 문제는 중소기업에서 나온 중장년층일 것이다. 이 분들은 퇴직 후 대체로 어디로 가서 일을 다시 시작하나?

박선규 대표) 대기업 출신들의 경우에는 회사프리미엄이 있어서 이직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인데요. 반면 중소기업 출신들의 경우에는 퇴직 후 갈 수 있는 길이 협소한 상황입니다. 

우선은 직무 경쟁력을 가졌느냐에 따라 갈림길이 다르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흔히들 자격증으로 비교를 하기도 하는데요. 직무와 관련하여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해당 자격이 필요로 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 직무 위주로 취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기회가 많지 않아 실직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가운데 37.1%가 퇴직 후 1년 이상 장기실업 상태로 지낸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일자리 질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실제 50대의 취업자 증감 수치 중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용직 근로자는 8월과 11월 두 달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증가했습니다. 

앵커) 정부, 일자리 정책이 중장년층 명예퇴직자나 퇴출자를 위해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박선규 대표) 정부의 정책이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고용 창출이 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민간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대기업 지원 위주의 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한데요. 조세지원을 통한 고용창출정책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실제 대기업의 중장년층 채용 비율은 낮고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의 중장년층을 위해 지역마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 가능한 직종을 발굴해 재취업까지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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