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쎈뉴스] 은행권, 일자리 ‘화수분’…금융당국 채용 '압박' 논란
[빡쎈뉴스] 은행권, 일자리 ‘화수분’…금융당국 채용 '압박' 논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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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김수현 기자]

[앵커]

안정적이면서도 수입이 높은 이른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채용은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예외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권, 특히 은행권입니다.

4차산업으로 인해 단순 창구 업무 등이 줄면서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가운데에도,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채용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속사정이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금껏 은행권 일자리는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국내 일자리 시장의 `화수분`으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 혁명으로 금융권의 모습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은행권이 국내 일자리 시장의 ‘화수분’으로서 지속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 발달로 단순 업무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은행권은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지점 감축은 물론 이에 따른 인력 감소가 현실화된 상황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3,087개에서 올해 6월 말 3,044개로 감소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정규직 직원 수도 지난해 말(5만7082명)과 비교해 1,052명이 줄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창출과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집중포럼’에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활성화로 인한 고용 변화를 전망했는데요.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술 인력에 대한 고용은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전체적으로 고용 인력의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영서 /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 : “전체적으로 금융권 자체로 보면, 고용의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단순 작업들은 상당히 반복적이고 단순적이기 때문에 자동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다만 새롭게 필요한 내부 기술들(을 다루는 인물들의 필요성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고용) 수준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은행권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금융권 고용을 둘러싼 문제입니다.

국내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은 1.61%로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저금리 장기화 기조로 미래 수익성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수익성은 떨어졌는데,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1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금융권 고용을 둘러싼 안팎의 여건은 좋지 않지만, 시중 5대 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상황.

그 배경에는 정부의 '압박'이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있습니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이 은행권 채용 실적을 측정하는 ‘일자리 성적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규제산업이라는 금융업의 특성상, 일자리 채용 성적표를 발표하겠다는 것 자체가 은행권에게 일자리를 만들라는 압박으로 들릴 수 있단 지적입니다.

[정태준 /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 “일단,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은 맞고요. 그래서 (은행 측에서) 내년 감익을 좀 우려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채용계획 이러한 부분은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입김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그러한 것(수익성의 감소에도 대규모 채용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성적표'가 고용 통계 수치를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란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는 만큼, 변하는 환경에 맞는 고용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성태윤 /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금융당국이) 통계적인 수치를 계산하려는 접근을 하게 되는 경우에, 향후 부담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전반적인 거시경제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산업의 특성과 기업 형태에 맞는 고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나가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채용과 인력 운용은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개별은행 단위의 평가가 아닌 은행권 전반에 대한 현황 분석 자료 위주로 공개하겠다”며 압박 논란을 경계했습니다.

국내 일자리 창출의 효자로 여겨졌던 은행권.

은행권 일자리가 보여주기식의 ‘빛’ 좋은 개살구에서 벗어나, 금융의 미래를 ‘비추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 집중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빡쎈뉴스 김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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