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상한제' 개정 검토에 증권가 긴장...주식시장 영향 받나?
'시총상한제' 개정 검토에 증권가 긴장...주식시장 영향 받나?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0.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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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장민선 기자]

[사진=팍스경제TV]
[사진=팍스경제TV]

한국거래소가 오는 3월부터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시총 상한제(CAP·캡)’ 조기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삼성전자 주가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삼성전자 물량이 쏟아져 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거래소, '시총 비중 30% 상한제' 수시적용 검토 중..."종합적으로 판단할 것"

지난 21일 한국거래소는 '시총 비중 30% 상한제'를 수시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수의 분산효과,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한 종목의 비중이 30% 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상한제 적용과 관련 정기변경 이외에 수시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시총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30%를 넘어섰다. 여기에 연일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다른 종목과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33.51%에 달한다.

30% 캡 적용 시 매도금액은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소식에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중국의 우한 폐렴 확산과 더불어 삼성전자에 대한 30% 룰 조기 적용 관측에 1%대 급락세를 보였다. 22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 동반매도로 1.6% 하락세를 보였다.

시총 비중 30% 상한제는 지난해 6월 도입됐다. 코스피200 및 코스피100, 코스피50, KRX300 등 주요 주가지수에서 1개 종목의 시총 비중이 30%를 넘으면 비중을 강제로 낮춘다. 이를 통해 시장이 특정 종목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막는다.

거래소는 매년 3∼5월 또는 9∼11월 특정 종목의 평균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6월과 12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에 해당 종목의 비중을 30%로 하향 조정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다만 6월 정기변경 전에 비중을 줄일지 말지, 줄인다면 언제 줄일지 등은 미정"이라며 "만약 줄인다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정기조정 외에 수시로 비중을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계량적 방법은 정해진 바가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한제를 수시 적용할지 여부는 운용사나 연기금 등 이해관계자와 여러 전문가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코스피200은 코스피100이나 코스피50과 달리 ETF 등 연계 자금이 많다 보니 자산운용업계에서도 30%를 초과하는 물량을 매입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알고 있어, 가급적 시장 영향이 크지 않게 선물·옵션 만기일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선물·옵션 만기일에는 프로그램 매매 물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다음 거래일부터 시총 캡을 적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오히려 시장만 인위적으로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조기 시총 캡 적용으로 ETF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매각해야 할 삼성전자 물량이 최대 1조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재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 운용자금은 2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초과분인 3.5%를 한 번에 해소하려면 7500억~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매도 물량이 갑자기 시중에 풀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산운용사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를 매수한 자금을 살펴보면 ETF와 같은 패시브보다 액티브 펀드가 훨씬 더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오히려 ETF의 발목을 잡는 시총 캡을 조기 적용하겠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처사”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팍스경제TV]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팍스경제TV]

◆ 증권업계 "시총상한제 적용 시 매수 기회...타격 적을 듯"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에 코스피200 시가총액비중 상한제도(CAP)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단시일 내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의 강세가 이어질 경우 6월 전 수시 적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그럴 경우 영향이 크지 않도록 조정 노력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단 삼성전자 CAP 적용은 K200 정기변경보다 영향이 더 클 수 있는 이슈이지만, 여러 지수사용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예를 들어 2월) 시행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또 "이번 문제는 펀더멘털과 무관한 이슈로 삼성전자 홀로 주가 강세가 지속될 경우 CAP 이슈가 계속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본질적으로 국내 증시에 삼성전자 주가 강세, 여타 종목 부진으로 쏠림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삼성전자에 대한 코스피200 내 시가총액 비중 30% 상한제 수시적용 가능성과 관련, 실제 조정이 이뤄진다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되레 매수 기회로 활용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한지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의 방법론상 예외규정을 적용 시 수시로 상한제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다"며 "상한제 적용 시점은 3월 선물옵션 만기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상한제가 적용됨에 따라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출회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을 고려하면 2∼3%포인트 내외 수준의 비중 조절 물량이 주는 수급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상한제 적용 이슈는 단기적으로 센티멘트(투자심리)를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펀더멘털(기초여건) 관점에서 상승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라면 상한제 적용 이벤트에 따른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것도 적절한 대응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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