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에 신한금융투자-김병철 사장 속앓이..."억울하긴 하지만"
라임사태에 신한금융투자-김병철 사장 속앓이..."억울하긴 하지만"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0.0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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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사진=팍스경제TV]
지난해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사진=팍스경제TV]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로 신한금융투자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부실한 펀드를 판매한 건 사실이지만, 부실을 알고도 숨기진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과 금융당국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신한금융투자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속이 타들어간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가 부실을 알고도 고객에게 펀드를 판매했는 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빠르면 다음 주 금융당국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도 부실을 알지 못하고 펀드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에 사기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 중인 것으로 오인케 해 지속해서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일종의 대출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으며, 그 규모는 3천600억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8년 6월 무역금융펀드 투자처인 글로벌 투자자문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의 기준가 미산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까지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는 것이다. 또 2018년 11월 IIG펀드의 부실과 청산 절차 개시에 대한 이메일을 수신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메일 확인 뒤 무역금융펀드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해외 무역금융펀드 등 5개 펀드를 합해 모자형 구조로 변경함으로써 정상 펀드로 부실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싱가포르 소재 무역금융 중개회사 계열회사인 해외 SPC(케이맨 제도)에 장부가로 처분하고, 그 대가로 약속어음을 받는 구조로 계약 변경을 하는 등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회사 측은 "2018년 11월 IIG수탁사가 보낸 이메일 내용으로 확인해 지난해 1월 라임자산운용과 IIG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IIG운용역 사망과 IIG책임자의 회피로 IIG펀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식 발표 후 IIG펀드가 폰지사기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환매중단이 발생한 2019년 10월 이후에도 수수료나 담보비율을 상향하지 않았고, 라임자산운용 측과 협의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도록 최선을 다해왔다는 입장이다.

김병철 사장 개인도 억울하다. 사실상 전임자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전임인 김형진 사장 시절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자격을 얻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복합점포에서 관련 상품을 집중 판매가 이뤄진 것도 이 시기다. 또 라임사태의 연관자로 조사받고 있는 임일우 PBS 본부장이 PBS준비팀장으로 발령난 것은 2016년 7월이다. 

바로 더 앞선 시기인 강대석 전 사장 때의 이야기다. 신한금융지주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김 사장 재임 중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고위 임원 회의에서 김 사장 등 라임사태 관련 임원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신한금융투자와 김 사장의 처지를 안타깝게 보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잘못에 대해 분명 책임을 져야겠지만, 행여나 없는 잘못까지 떠안아선 안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관계자는 "2018년 배당오류 사고로 자진 사퇴한 구성훈 전 삼성증권 사장이 떠오른다"며 "당시 구 전 사장이 직접 잘못한 게 없는데도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 사장이 올린 성과는 사라지고, 불명예 퇴임만 남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김 사장은 신한증권, 굿모닝신한증권을 통틀어 신한금융투자 역사상 첫 외부 출신 사장이다.

비은행 부문, 특히 자본시장을 키우는 데 있어 적임자란 점에서 CEO에 발탁됐다. 김 사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신한금융투자는 영업 시스템과 보고 시스템을 개편하고, 인사 영입과 인력 육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2018년 신한금융투자는 전년대비 30% 이상의 이익 성장을 실현했다. 최근 5년래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하 관계자는 "김 사장이 부사장 시절 담당했던 운용부문이 큰 성장세를 보렸고 이른바 '김병철 매직'이란 말도 나왔다"며 "그가 2년짜리 CEO로 끝나는 게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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