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마힌드라 지원 철회에 '생사기로'... 똘똘 뭉친 쌍용차 노사
쌍용차, 마힌드라 지원 철회에 '생사기로'... 똘똘 뭉친 쌍용차 노사
  • 김홍모 기자
  • 승인 2020.0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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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2300억원 투자 없다”
일회성으로 400억원 지원은 승인
쌍용차 “차질 없는 경영쇄신안 추진”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와 평택공장 조립라인 현장 직원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대표 예병태)가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신규 투자 거부' 결정에 "차질 없이 경영쇄신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는 3일(현지시간) 특별이사회를 열고 당초 추진해 온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 계획을 파기했다. 

5천명의 일자리를 품고 있는 쌍용차가 2011년 마힌드라가 인수한 지 9년 만에 다시 파산과 회생 사이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마힌드라는 지난 1월부터 마힌드라가 2300억원, 산업은행 등이 2700억원을 각각 마련해 5000억원을 쌍용차 회생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산업은행과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생산중단 등 위기가 닥치면서 이를 철회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사업 운영 연속성을 위해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만 투입하기로 했다.

쌍용자동차 예병태 신임 사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평택공장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 [사진제공-쌍용자동차]

◆ 마한드라, 투자 계획 철회... 코로나19 여파

코로나19로 인해 인도는 지난달 25일부터 21일간 국가 봉쇄령이 내려졌다. 

마힌드라는 아이티(IT)·금융, 우주 등 여러 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그 중심은 총매출의 96%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농기계 사업이다. 대부분 인도 내수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마힌드라의 지난 3월 기준 전년 대비 판매량은 88%가 줄어든 5600대에 그쳤다.

마힌드라 그룹도 설립 최초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자금 경색에 내몰린 것이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은 2011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2013년 800억원, 지난해 5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지분율은 74.65%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해 23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자금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쌍용차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며,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3300억원을 마련할 테니 나머지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고엔카 사장이 지원을 약속하고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이 철회됐다. 

마힌드라는 400억원 지원금과 함께 마힌드라의 신규 플랫폼 공유, 자재비 절감 프로그램 지속 운영,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마힌드라는 "9년간 원활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협력해준 노조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400억원 지원은 기존에 약속한 2,300억원과 별도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예병태(왼쪽부터) 쌍용차 사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쌍용차 상생발전 협의서’에 싸인한 후 이를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 최악의 비상시국을 맞은 쌍용차... 임직원 "위기 극복은 함께"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부터 "고강도 쇄신으로 재무구조 악순환 끊자"는 취지 아래에 모두 임금 삭감에 동의하고 각종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등 경영쇄신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동종 업계에서 임금인상을 두고 노사 갈등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쌍용차 노조는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년차 지급율 150%에서 100%로 하향 등의 인건비 절감안을 내놓는 등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스스로 임금을 깎았다. 여기에 의료비,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 혜택을 없애거나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마련한 금액은 1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3년 내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돈은 5000억 원이다. 이중 마힌드라가 2300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취소된 상황이다. 쌍용차는 올해 7월, KDB산업은행에 단기차입금 900억원도 갚아야 한다.

현재 쌍용차의 누적적자는 약 41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 영업이익을 낸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온갖 악재 속에 쌍용차는 비(非)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등 추가적으로 자금을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쌍용차 관계자는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해 온 부산물류센터의 매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부산물류센터는 부지 규모로 사후서비스(AS)를 위한 부품을 쌓아두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쌍용차의 비핵심 자산으로 꼽혀왔다.

부산물류센터의 대지면적은 약 1만3200㎡이다. 지난해 개별 공시지가가 ㎡당 17만1100원임을 감안하면 대지가치는 약 22억6000만원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정도 현금을 확보한다면 정부와 주채권은행에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고 추가 지원에 대한 명분도 설 것"이라고 전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 [사진제공-쌍용자동차]

◆ 예병태 사장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예병태 사장은 6일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마힌드라의 자금 지원 철회가 직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사가 지금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해 있다.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로서 현재 위기 상황이 도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무엇보다 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으로 추진 중인 복지중단과 임금 삭감 노력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인 제가 앞장서서 혼신의 역량을 발휘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직원 여러분께서도 혼란스럽겠지만,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주기 바라며, 회사의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악화로 앞으로 쌍용차 같은 어려움에 처한 대기업이 속출할 텐데 그때마다 산업은행이 다 지원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현재는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쌍용차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충분한 대주주 지원,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경영정상화 계획 제출 등을 요구해왔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주주의 의지 등을 다시 확인한 후 시나리오 점검을 거쳐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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