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6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3월 0.50%포인트, 5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7월 현재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과열 상태인 점을 고려해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의 경기 전망은 더 악화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에서 민간소비가 경제활동 제약 완화, 정부 지원책 등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수출 감소와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돼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고용도 지속 부진했고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이라고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대부분 '금통위원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으로도 실효하한 논란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한은이 추가 인하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가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원화 금리가 0.25%로 내려가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우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금융·외환시장 동향이 다소 안정적이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6월 말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84%다. 이는 작년 말 1.36%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1200원선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의 경우에는 과열된 상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1% 올랐다. 작년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도 지난 15일 2208.89를 찍으면서 약 5개월 만에 2200선으로 회귀했다.
실물경기와 자산시장 동향이 차이를 보이는 요인으로는 신용 대출 급증과 유동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지속된 통화 완화정책을 추진해 온 한은이 큰 부담을 느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