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상생법 예고안, 대·중소 모두 위협…신중검토 필요"
전경련 "상생법 예고안, 대·중소 모두 위협…신중검토 필요"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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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술 개발 등 대·중소 협력 위축
거래 감소로 국내 중소기업 피해 우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사옥.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사옥.

경제계가 기술자료 입증책임 부담 전환, 제재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생협력법 입법예고안에 대해 정부에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오는 14일 정부가 입법예고(2020.7.9)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기술자료 입증책임 전환 △기술자료 비밀유지협약 체결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손해배상소송 자료제출명령권 신설 △손해액 산정·추정 근거 마련 등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중심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전경련은 기술자료 입증 책임의 전환과 분쟁조정 요청으로 중기부 직접제재가 가능해지면 수·위탁기업간 갈등이 확산되고 기업 간 협력이 저해돼 기업의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상생법에 도입된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는 과거 특허법에 도입될 때 정부 자료에 명기된 대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도다. 민사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위반 행위의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 등으로 상대방의 고의·과실 입증이 사실상 극히 어려운 분야에 한해 예외적으로 피고에게 죄 없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은데다 비밀로 관리돼 권리를 주장하는 수탁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으로 넘기는 것은 기존의 법리와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또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완화되고 소송하기 편한 구조가 돼 위·수탁기업이 상대방을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인식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통신내용 등 거래증빙자료를 기록 관리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 발생 외에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동 기술개발 등 대·중소 협력관계가 위축되고 거래처를 오히려 해외업체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제정된 상생협력법의 원래 취지와 상충된다"며 "이 뿐 아니라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입법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한번 맺은 거래처를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려워져 계약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또 기존 중소기업만 보호할 뿐 새로운 기업의 출현과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타법에도 이미 기술유용 규제가 다수 도입돼 있어 규제가 중복되고 동일 사안에 중복제재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입법예고안은 수·위탁거래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당사자가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중기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당사자가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0만원 등 직접 제재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분쟁조정이 당사자의 자발적 의지와 쌍방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정권자의 시정명령에 대해 형벌권 등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어 분쟁조정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분쟁조정 결과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했을 때 처벌이 아닌 공정위에 대한 신고접수로 조사절차가 시작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벌금형만 부과하는 하도급법과 비교할 때도 균형이 맞지 않은 만큼 관련 법령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상생법이 조사시효와 처분시효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수십년전 과거 사건까지 당사자의 분쟁조정 요청이 있을 경우 시정명령과 중기부 처벌이 가능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하도급법을 참고해 법적 미비를 해소해 줄 것을 건의했다.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기술유용 문제는 다양한 연관 법령의 운용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인 반면, 입증책임 전환 등 새로운 제재 강화는 기업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위탁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이 일방적으로 높아지면 거래처 해외변경이 불가피하고 대·중소 기업간 협력이 잠재적 리스크로 전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거래관계를 보호하느라 신규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이 성장하지 못한다"며 "코로나 발 경제충격을 극복하려면 상생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기업간 상생과 협력을 지원하는 법·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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