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이슈] '親개미 정책'에 증권업계 기대반·우려반
[마켓 이슈] '親개미 정책'에 증권업계 기대반·우려반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0.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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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공매도 제도 개선·신용거래 금리 인하 등 검토
- '동학개미' 외인 빠져나간 자리 매워...국내 증시 뒷받침
- 증권업계 "활기 VS '빚투' 과열...기대반·우려반"

금융당국이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정책을 잇따라 내놓자, 증권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개인이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영향력이 키우자 당국도 '친(親) 개미'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판단된다. 

◆ 금융당국 잇달아 '친 개미' 정책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소액 청약자를 우대하고, 추첨체와 복수 계좌 청약을 금지하는 등의 개선 대책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공모주 청약시장에서 기관이나 고액자산가 등의 자금 동원력에 의해 공모주 배정이 좌우된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개인은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입하고, 증거금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는다.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청약 성공률이 높아지는 '머니 게임' 성격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액 투자자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위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20% 중 절반 정도에 소액 청약자 우대, 추첨제 배정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당국은 신용융자 금리 인하도 추진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저금리에도 증권업계의 신용거래융자(증권사의 주식 매수 자금 대여) 금리가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공개적으로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요구한 셈이다. 그러자 상당수 증권사들이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를 검토 중이다.

앞서 결정한 공매도 금지 6개월 추가 연장 역시 대표적인 '친 개미' 정책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하반기 내 증권사들의 주식대주 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 위상 높아진 개인이 증시 뒷받침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증시에서 개인의 위상이 한껏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400선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주역은 단연 개인이다.

그렇다보니 금융당국도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엔 외국인이 사상 최대인 1조63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었다. 

그러나 개인이 1조572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친 개미' 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지난 7월 1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동력인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증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 강조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그는 "문 대통령은 국내 주식시장이 더 튼튼해질 필요가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달라 당부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의 공백을 국내 개인들이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투자 열기마저 꺾이면 증시 불안정성이 커질 거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 금융당국 정책에 기대반·우려반

이런 금융당국의 행보에 증권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우선 개인들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증권가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것에 대해선 환영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줬다. 증권사들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6개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17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2958억원(248.5%) 늘었다.

주식 거래가 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학개미운동 여파로 거래수요가 많이 늘면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1분기 부진했던 실적을 2분기에 만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은 증시에 더 힘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신용융자 금리 인하 요구는 재원과 수요자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평가된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재원과 이용자층의 성격이 다른데 은행 신용 대출 금리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신과 수신이 본업인 은행과 달리 증권사도 대출할 돈을 가져와야 하는 과정에서 조달비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또 과열된 주식투자 열풍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6조272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빚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 확대되면, 이는 개인 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주식시장은 예측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당국 압박에 금리를 낮춰 빚투가 더 늘면 대출을 내 준 자칫 증권사가 빚투의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각 투자자별 형평성 차이를 맞추는데 제도 개선의 초점을 둬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은 ‘빚투’로 야기되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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