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 칼럼] 부동산정책 실패, 홍남기·김현미 경질해야
[어경선 칼럼] 부동산정책 실패, 홍남기·김현미 경질해야
  • 어경선 논설위원
  • 승인 2020.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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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 의지를 피력했다.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최근의 전세난을 의식한 듯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현실화하리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지 싶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3년 반 동안 23차례나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실은 늘 거꾸로 갔다. 서울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인근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까지 급등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 정책을 비웃듯,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며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큰 소리 쳤지만 결과는 빈말이 돼버렸다. 

집값만이 아니다. 가격 폭등은 이제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전세 매물이 실종된 가운데 전세값이 널뛰듯 치솟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전세 가격은 68주 연속 상승하며 9년 만의 최대인 0.51%가 올랐다. 전세를 못 구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월세 상승률은 평균 0.78%로 전달보다 무려 6배나 올랐다. 전세 대란도 모자라 월세 대란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정부가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재건축 활성화 등 공급은 제한하면서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분양가 상한제 등 징벌적 규제에만 눈을 돌린 탓이 크다. 수급 불균형에 저금리, 유동성 확대까지 맞물리며 시장은 과열로 치달았다. 말만 앞세우며 시장에 ‘먹히지도 않는 정책’을 쏟아내고는 집값이 잡히기를 바랐으니, 빈 수레가 요란한 소리만 낸 격이다. 

최근의 전세난도 시장을 거스른 어설픈 정책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여당이 지난 7월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얘기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시행되자 전세 물량이 크게 줄며 매물 잠김 현상이 커졌다. 후유증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세입자들은 계약을 위해 제비뽑기를 하고,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뒷돈을 줘야하는 황당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 때문에 주택 매매가 막히자 위로금을 줘 내보낸 것이 단적인 예다. 

경제 사령탑인 부총리마저도 뒷돈을 줘 꼬인 상황을 해결해야 할 만큼 부작용이 큰 제도라면 의당 수정하는 게 옳을 터이다. 하지만 기대난망이다. 문 대통령이 고집스레 일방통행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임대차 3법의 조기 안착’을 강조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세난이 더 심각해진 엄연한 현실에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얘기다. 국민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깃장 심사가 아니고서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별 기대할 바 못 된다. 올바른 정책의 출발점은 정확한 현실 진단이다.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정책 기조가 그대로 일 테니 물에 물탄 듯 맹탕이 될 게 뻔하다. 실제 검토되고 있는 내용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월세 세액 공제 확대 등 당장의 전세시장 안정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들뿐이라고 한다. 땜질 처방은 악순환만 초래하는데, 답답한 일이다.

선의와 의지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현실을 똑바로 보고 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출발점은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다. 무능한 관료는 많은 ‘선량한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다. 부동산 정책 총괄 책임자인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질해야 마땅하다. 부작용이 큰 기존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 거래활성화 등 시장친화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도, 명색이 민주화 운동권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군사독재 시절에나 했을 법한 ‘규제 만능’의 칼로 시장을 찍어 누르려 하고 있다. 시장 혼란만 커졌을 뿐 집값, 전세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의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서민이 짊어져야 한다.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되레 서민의 고통을 키우고 있는 꼴이다. 스스로도 참담할 심경일 것이다. 늦기 전에 ‘나만 옳다’는 미몽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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