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재계下] '코로나19에 규제법안까지 폭증'…"기업하지 말라는 건가"
[2020 결산-재계下] '코로나19에 규제법안까지 폭증'…"기업하지 말라는 건가"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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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투기자본 공격 노출 위험↑
중대재해법 처리도 속도…쏟아지는 규제법안에 내년 경영환경도 '빨간불'

2020년 재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에서 쏟아낸 기업규제 관련 법안들로 1년 내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하지만 내부로 눈을 돌리면 유의미한 변화도 있었다. 바로 창업주 1.2세대 경영인들이 속속 떠나고 그 자리를 3.4세들이 꿰차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막이 오른 것이다. <팍스경제TV>는 올 한 해 동안 재계 안팎에서 일어난 여러 이슈들이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와 과제를 안겨주었는지 2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주]

 

◆"'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투기자본 공격 노출 위험↑

[사진: 픽사베이 제공]
[사진: 픽사베이 제공]

정부·여당이 추진해 온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가리킨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추진됐다. 

그간 재계는 공청회, 토론회, 기자간담회 등을 열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일부라도 보완을 통해 완화해주거나 시행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호소해 왔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해왔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 예컨대 기업의 최대 주주가 1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사위원 선출 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때문에 자연스레 기업은 경영권 공격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 이사회에 LG그룹의 계열 분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끌고 있는 화이트박스는 지난 3년간 LG 지분 약 1%를 보유해왔다. LG 총수일가는 지분 46%를 갖고 있다. 외견상  LG그룹의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개정 상법이 시행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광모 회장 등 최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출 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모두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화이트박스가 제도를 악용해 다른 외국계 펀드와 연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간 국내외 투기세력들은 최대주주 및 우호세력과 연합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던 탓에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부담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LG 역시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화이트박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대재해법' 처리도 속도…쏟아지는 규제법안에 내년 경영환경도 '빨간불'

[사진: 픽사베이 제공]
[사진: 픽사베이 제공]

또 다른 기업 규제 법안으로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도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의 사망·상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기업인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8일 종료되는 12월 임시국회 내 이를 처리할 방침이다. 

재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과잉 입법"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국회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중대재해법 제정안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었던 가운데, 이에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긴급하게 국회를 찾아 법안심사소위원장이자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손 회장은 "정부의 수정안이 제출되었지만 여전히 책임질 수 없는 사고 발생에도 경영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어 보여 걱정"이라며 "중대재해법에 담긴 '독소 조항'을 빼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재계는 올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해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687개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440조원, 84조원, 5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7%, 6.29%, 9.44% 감소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기업 규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에도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는 규제 법안들이 대기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달 입법을 위한 공청회도 마친 상태다. 무엇보다 중대재해법을 포함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이 기업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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