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이슈] 다시 뜨거워진 '공매도 논란'...한국판 '게임스톱 전쟁' 우려
[마켓 이슈] 다시 뜨거워진 '공매도 논란'...한국판 '게임스톱 전쟁' 우려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1.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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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5월 3일 대형주부터 공매도 재개
- 韓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업계 반응은 엇갈려
- 미국發 게임스톱 전쟁 국내로 이어져...셀트리온 급등락

주식시장이 '공매도 논란'으로 다시 뜨거워졌다. 일단 금융당국은 공매도 부분 재개를 결정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응답했다. 그렇지만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처럼 개인들은 '공매도 전쟁'까지 펼치는 중이다.  

◆ 공매도 금지 또 연장...5월 3일 대형주부터 재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대상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이다. 나머지 2037개 종목은 별도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가 연장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결국 금융당국이 한 발 물러섰다. 

금융위는 "위원들은 현 국내 주식시장 상황, 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 상황, 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할 때 공매도 재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 전체 종목을 일시에 재개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재개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완전 또는 무기한 금지는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재개하겠다는 게 금융위 방침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제도개선의 의지와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공매도가 자유로운 미국도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했다"며 "미국이나 한국 모두 불법 공매도의 근본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우상호 의원도 "주가 3000시대는 개인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개인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심각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들에게 불공정한 제도 개선, 우량주 중심의 부분재개라고 하지만 한 달 반 연장은 누가 봐도 보궐선거를 의식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 '공매도 금지 연장' 주식시장에 긍정적...업계 반응은 엇갈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전문가들도 불확실성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증시 추가 상승을 위한 동력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미리 주식을 정리하려는 압박이 컸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해소된 것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온라인 주식토론방 레딧 개인투자자들의 헷지펀드 공매도 대항 움직임에 이어 국내에서도 반공매도 여론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금융위의 결정은 일부 예견됐던 부분"이라며 "시장 예상보다 빠른 결정을 통해 증시 변동성이나 수급 불확실성 확대를 조기에 차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월 중순 이후 국내 증시가 과열 우려로 조정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은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 중 하나로 평가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안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투자자의 헷지 수단이 제약받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현재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형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긍정적인 투자심리는 훼손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견줄만큼 크고,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의 경우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정이지만, 시장정책이 지나치게 개인에 맞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상승이 나쁘진 않지만 모든 투자자금이 주식매수란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매도-환매수 거래는 증시 상하 변동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의 급격한 매도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증시 정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며 "지수 관련 패시브 자금의 일부 이탈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미국發 게임스톱 전쟁 국내로 이어져...셀트리온 주가 롤러코스터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미국에서도 불거졌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월가 투기세력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이로 인해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 등 기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27일 134.84%까지 올랐다가, 하루만인 28일 44.29% 떨어졌다.

또 하루만인 29일에는 67.87% 급등하는 등 전례 없는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지목된 셀트리온은 지난 1일 14.51% 폭등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2일 4.18% 하락했다. 지난 주말 주식 커뮤니티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한국판 게임스탑'에 주목했고, 이런 영향으로 셀트리온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파악된다.

커뮤니티에선 코스피 공매도 잔고 1위인 셀트리온과 코스닥 공매도 잔고 1위인 에이치엘비에 대해 매수 운동을 펼치자는 글이 퍼졌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도 지난 1일 성명서를 냈다.

한투연은 "공매도 전쟁을 위한 1차 목표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지목한다"고 밝혔다. 다만 셀트리온 매수 운동은 한투연 성명서로 촉발된 게 아닌, 개인들의 자발적인 '매수 인증' 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미국과 한국의 ‘공매도 전쟁’이 기관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할 거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반면 개인 유동성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자칫 주식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주가가 괴리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들이 힘을 가지면서 생기는 시대 변화로 균형이 맞춰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는 옳고 공매도는 나쁘다는 이분법보다는 펀더멘털에 기초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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