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반도체 강국' 자리 뺏길라"…힘 받는 이재용 '사면론'
[비즈 이슈] "'반도체 강국' 자리 뺏길라"…힘 받는 이재용 '사면론'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경총 등 경제계, 이재용 사면 요구 목소리 ↑
국민청원도 다시 등장…게시 3일 만에 1만여 명 동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삼성 총수 이재용 역할론 부각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투옥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삼성전자의 곤경이 자칫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 속 해법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 

 

◆ 경총 등 경제계, 이재용 사면 요구 목소리 ↑

오규석 부산시 기장군수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 군수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송했다. 오 군수는 호소문을 통해 "'폐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에 솔직히 건강 걱정보다는 화가 앞섰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았다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구치소가 아니라 경영 일선이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너지고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지방투자가 절실하고 또 절실하다"며 "코로나19와의 경제 전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이라는 족쇄를 채워 참전시켜 줄 것을 대통령님께 간곡히 읍소한다"고 덧붙였다.

오 군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한 것은 두 번째다. 그는 앞서 지난 2월에도 호소문을 통해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제 경쟁을 위해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줘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 회장도 재계와 경제단체를 대표해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했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이) 최대한 빨리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각국이 반도체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서고 있어 한국이 언제 '반도체 강국'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부회장 사면 요청' 국민청원도 다시 등장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갈무리]

국민 여론도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또다시 등장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합니다'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70억수준의 뇌물공여죄가 적용되고 경영권승계를 위한 죄목을 적용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까지 불법이라는 내용까지 추가하고 재판 중"이라면서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문제까지 추가하고 심지어는 프로포폴 투약까지 그야말로 쥐 잡듯이 이재용 부회장을 몰아붙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경제성과가 삼성의 덕이라고는 못하지만 그동안 삼성이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본다"며 "이제 이재용 회장을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반도체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이 백신도 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사면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3일 만에 약 1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 글로벌 반도체 경쟁…삼성 총수 이재용 역할론 부각

[사진: 팍스경제tv DB.]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에는 '반도체 강국'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미중 무역분쟁 및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8.4%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EU) 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에 나서는 등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로서 너무 오랫동안 글로벌 경쟁자들을 앞지르기 위해 필요한 크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자리에 참석한 삼성 등 주요 기업 경영진들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도 요청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며 "미국 노동자와 미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내걸고 반도체 자급률 높이기에 나선 상태다. 

이와 달리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립이 한층 심화된 모양새다. 대규모 투자결정을 위한 최고 결정권자의 부재 상황에 직면한 삼성전자의 위기가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들을 초청해 '확대경제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 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해당 기업들을 위한 다각도의 지원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