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일 나가는 어머니
[초동여담]일 나가는 어머니
  • 전필수
  • 승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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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의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어린 자식들을 키운다. 덕수의 어머니뿐 아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우리네 어머니들은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좀 큰 아이 손을 잡은 채 머리에 행상을 이면서 집안 살림뿐 아니라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에서 가장의 힘만으로 가족을 온전히 부양할 수 있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보통의 어머니들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로 들어앉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였다. 30년 전 서울로 유학와 친구들이 부러웠던 것 중 하나는 어머니가 집에 항상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골에선 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를 빨리 보고 싶으면 논이나 밭으로 가야 했다.
 
그간 집안을 지키던 어머니들이 다시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행상을 지는 대신 대형 마트와 공장에 취직하는 어머니들이 늘고 있다. 이웃에 사는 A군의 어머니는 지난해 A군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인근 대형 마트에 취업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남편을 생각할 때 A군의 등록금과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서는 그대로 집에 있어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그럴싸한 직업을 구하고 싶었지만 10여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온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형 마트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0대와 50대 여성 고용률은 각각 65.1%와 60.9%로 관련 통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에 실업자까지 합친 경제활동참가율도 역대 최고다. 40대는 66.7%, 50대는 62.3%로 나타났다. 40~50대 여성 3명 중 2명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육아를 하다가 고용시장에 진입한 사람이 3만9000명, 가사일을 하다 진입한 사람이 13만1000명이나 됐다. 더구나 이들이 찾을 일자리는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 등 질 낮은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눈앞이라고 한다. 내년이면 구매력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능가할 것이란다.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선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더 크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많은 나라는 불과 예닐곱 나라에 불과할 정도다. 그런 나라의 어머니들이 다시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리는 것은 왜일까?



전필수 팍스경제TV 차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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