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 칼럼] 막 오른 대선, "뽑을 X이 없다"는데...
[어경선 칼럼] 막 오른 대선, "뽑을 X이 없다"는데...
  • 어경선 논설위원
  • 승인 2022.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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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의 막이 올랐다. 15일 0시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투표 전날인 3월 8일 자정까지 22일 동안 여야 후보들은 피 말리는 승부를 펼친다. 현재 흐름은 2강 1중, 기타의 구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양강’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조금은 멀찍이서 뒤따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비롯한 다른 여러 후보들은 지지세가 약하다. 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 윤 양강 구도의 판세는 안개속이다.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의 대립 속에 아직 누구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 후보의 실언 등이 돌출할 때마다 둘 사이의 지지도 차이가 좁혀졌다, 벌어졌다, 뒤집어졌다, 왔다 갔다 한다. 선거전문가들은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라고 처음‘이라고 혀를 찬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판이 흔들릴 가능성이 보인다. 안 후보가 전격 ‘야권 단일화’ 카드를 꺼낸 때문이다. 그는 지난 13일 후보등록과 함께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명분은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론까지 내놨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했던 이른 바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이다. 사실상 ‘양보’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의 의표를 찌른 회심의 일격이다.

허를 찔린 국민의힘은 당황한 듯하다. 윤 후보는 단일화 제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여론조사 방식에는 난색을 표했다. 이유가 있다.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지지도가 안 후보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용기 있는 결단’을 거듭 강조했다. 여론조사보다는 담판을 통해 안 후보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심사다. 

따라서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둘 사이의 입장차가 너무 커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이나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3월 4일까지 양측의 지리한 기싸움이 계속될 공산이 없지 않다. 물론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어느 순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측 사이에 책임총리나 공동정부 등 정책연대이 오가고 있다는 얘기가 전혀 낭설만은 아니지 싶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괜스런 얘기가 아니다. 

20대 대선의 의미는 엄중하다. 대전환기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 넘어야할 국가적 난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 북한 리스크와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외교·안보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눈덩이 같은 나랏빚을 줄이고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집값 안정,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도 급하다. 이념과 세대, 젠더 갈등으로 갈라진 국민도 하나로 묶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갈 리더가 절실한 때다.

현실은 답답하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하지만 유권자 반응은 냉담하다. 많은 국민이 ‘뽑을 사람이 없다’며 ‘죄다 꼴 보기 싫다’는 눈치들이다. 양강을 이루는 이·윤 후보의 비호감도가 60%에 육박할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국가 지도자를 뽑으면서 ‘누가 더 좋은가’가 아닌, ‘누가 덜 싫은가’가 기준이 될 판이니, 황당하기만 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니 ‘차악(次惡)을 뽑는 선거’니,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뚜렷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 돈을 제 것처럼 마구 쓸 궁리만 할 뿐, 코로나 대책, 경제 살리기, 저출산·고령화, 집값 폭등, 북한 리스크 등 난제를 해결할 설득력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통합은커녕 되레 남녀·세대·진영·지역갈등을 조장하는가 하면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는 양상이다. 리더로서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두루 갖춘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후보들이 나름 내놓은 국정 비전이나 정책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후보는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코로나 극복, 기본시리즈 정책,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10대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론과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고 주택 250만 호 공급, 대통령실 개혁 등 역시 10대 국정운영 비전을 내놨다. 안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을, 심 후보는 ‘녹색·복지 대통령’을 내걸었다. 하지만 대체로 추상적이고 ‘표퓰리즘’성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욱이 ‘대장동 개발’과 ‘고발사주’ 의혹 등으로 이, 윤 두 후보는 사법 리스크 대상이다. 부인과 아들, 부인과 장모 등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욕설 및 주술, 과잉의전 논란도 가벼이 볼 수 없다. 선거전이 막말과 비방, 막무가내 의혹 폭로 등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는 것도 그 때문이지 싶다. 대선이 후보의 미래 비전과 국정 철학 경쟁이 아닌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꼴이다. 부동층이 20~30%에 달하는 게 하등 이상하지 않다. 

‘뽑을 X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렇다고 선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누가 조금이라도 더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구현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 따져봐야 한다. 어느 후보가 더 국정운영 능력과 미래 비전, 자질과 도덕성 등에서 나은 인물인지를 살펴야 한다. 누가 더 국민 통합을 이뤄 밝고 희망찬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는데 적합한 인물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선거는 국민이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한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접고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하는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국정 비전을 보여주어야 유권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유권자도 두 눈 부릅떠야 한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꼼꼼히 살펴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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