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제약사와 복제약 제약사의 뒷거래
오리지널 제약사와 복제약 제약사의 뒷거래
  • 오진석
  • 승인 2017.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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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간 '역지불합의' 실태
대한변리사회 김종선 이사

[팍스경제TV 오진석 기자]

(앵커) 지난 6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사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실태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국내외 제약사 71곳에 대해서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경쟁제한 행위라는 것은 오리지널 제약사와 제네릭 제약사 간의 일종의 뒷거래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대한변리사회 김종선 이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오리지널을 만들어파는 제약사와 제네릭 복제약을 파는 제약사 간의 일종의 뒷거래다. 이게 특허와 연관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네. 공정위에서 조사하고자 하는 경쟁제한 행위는 
소위 “역지불 합의(Pay-for-delay)”라고 하는 것입니다.

 역지불 합의라고 하는 것은 신약 특허권을 보유한 오리지널 제약사가 
제너릭, 즉 복제약을 제조하는 제조사에게 시장 진입 포기를 조건으로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합니다. 

(앵커) 특허권을 갖고 있는 오리지널 제약사가 왜 제너릭 제조사에게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하면서 시장진입을 막아야 하는 건가요? 

(김종선 이사, 이하 '김종선') 특허권이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는 그 존속기간이 만료가 되는 
유한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가 끝나고 나면 누구라도 그 특허권에 대한 기술을 이용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제약 분야에 있어서 특허권은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이동통신과 같은 기술 분야에서의 특허권과는 달리, 특허 한 건에 대한 가치가 매우 큽니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개의 특허들을 사용하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과 달리, 의약의 경우에는 의약품 하나에 특허 하나가 매칭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기술 수명이 짧은 IT 관련 특허들과는 달리, 의약 특허의 경우에는 20년이 지나더라도 그 기술이 유효한 가치가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잘 아시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이 이 세상에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통제로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예를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가급적 제네릭이 발매되지 않도록 해서, 자기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길 희망합니다. 

제네릭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반토막나는 약가제도가 이러한 역지불 합의를 유혹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국내의 보험약가제도에서 제네릭이 발매가 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상한가는 자동으로 30% 떨어진다고 합니다. 제네릭이 발매 1년 뒤에는 종전의 53.55% 수준으로 보험상한가가 내려간다고 합니다. 

(앵커) 네. 듣고 보니 약가인하가 제약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꽤 클 것 같군요. 

(김종선) 네. 그렇습니다. 약가인하는 결국 매출 손실을 의미하는데,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업체 입장에서는 제네릭의 시장 잠식보다는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타격이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오리지널 업체가 다양한 후속특허를 등록하고 전방위 특허소송을 통해서 제네릭의 발매를 저지하는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죠. 

(앵커)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도 역지불 합의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하는데,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어떤 것인가요? 

(김종선)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한국과 미국 간 FTA의 발효로 도입되었는데요. 그 시행 시기를 유예하여 본격 시행된 것이 2015년입니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제네릭 생산의 허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와 연계해서 승인을 해주는 제도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네릭 허가를 내주지 않는 제도입니다. 

이 허가특허연계제도에서는, 가장 먼저 특허도전에서 승소한 제네릭 제조사가 9개월 동안 다른 제네릭 제조사의 진입 없이 해당 시장에 시장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1대1로 경쟁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라는 혜택을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2015년에 허가특허연계제도의 본격적인 시행 이후, 국내의 제약업계는 ‘특허분쟁의 천국’이 되었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총 2200여 건의 특허심판이 청구되었고,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5년에는 무려 1734건의 특허분쟁이 진행되었는데, 이 중 3월과 4월에만 무려 1563건의 특허분쟁이 집중되었습니다. 

사실, 특허심판이 이렇게 집중되는 현상은 매우 드문 일인데요. 그만큼 제약업계에서 이 제네릭의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을 선점하려는 것이나, 오리지널제약사가 제네릭제약사들에 대해서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며 방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역지불합의에 해당하는 것인가요? 

(김종선)  네. 우선 제네릭을 허가받고도 특별한 사유 없이 약가 등재를 미루는 경우는 역지불합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제네릭 출시를 계획했다가 다국적 제약사와의 뒷거래로 출시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보통은 역지불합의의 대가로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제약사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공동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는,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된 이후, 특허분쟁을 제기한 후에 취하한 경우에도 역지불합의가 의심될 수 있습니다. 

특허분쟁을 통해서 제네릭 발매를 시도했다가 다국적 제약사와 뒷거래를 통해서 제네릭 발매 계획을 철회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관점에서인데요, 실제로 특허심판 제기 이후 심판 청구를 취하한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 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도 역지불합의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던 게 사실인데, 이 중 이른바 ‘약가알박기’가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전에는 제네릭의 약가는 등재 시기에 따라 점차적으로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운영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약가를 받은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54.4~68%까지 받을 수 있고 다음달에는 최고가는 10%씩 인하되는 방식이었는데요. 물론 제약사의 의도에 따라 더 낮은 가격으로 등재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재되는 제네릭이 상식 이하의 보험약가를 받을 경우 후발 제네릭의 가격은 더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성 문제로 제네릭 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만약 오리지널 업체와 뒷거래를 통해 낮은 제네릭 가격으로 등재했다면 이는 역지불합의에 해당하는 것이죠. 

실제로 일부 시장에서는 최초 등재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20~30% 수준의 약가를 받으면서 ‘약가알박기’ 의심을 받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업체가 제네릭을 수탁 생산해주면서 '약가알박기'를 시도한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앵커) 국내 제네릭 제약사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허가를 받아서 생산해서 판매한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선) 우선,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역지불합의의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고려해 보면, 국내의 경우에는 동일 시장에 수십개의 제네릭이 등장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 제약사간의 뒷거래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열악한 신약개발 능력과 신제품 고갈, 허가특허연계제도와 같은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이런 역지불합의를 통해서 오히려 오리지널 제조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약을 보유한 업체 입장에선 제네릭의 발매는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제네릭 업체들은 과당 경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는 이유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업체 간 뒷거래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국내에서 역지불합의로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까? 

(김종선) 지난 2011년에 공정위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동아제약의 전신인 동아ST와 역지불 합의를 통해서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양사에 총 51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는데요.

GSK는 지난 1998년에 동아제약이 항구토제인 ‘조프란’의 제네릭인 ‘온다론’을 출시하자 이듬해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양사는 타협을 거쳐 특허분쟁을 종결했는데, 이때 동아SK는 GSK로부터 신약판매권과 인센티브 등을 받고 제네릭 출시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공정위는 바로 이 같은 행위가 역지불합의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 건강보험공단은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공정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종선)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공정위는 현재, 특허분쟁 당사자 여부,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다국적제약사 39개사, 국내사 32개사 등 71개사를 점검 대상으로 선정해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시판된 전문의약품에 대한 특허출원과 계약, 분쟁 현황 등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특허무효심판, 특허침해소송 등의 특허분쟁 과정에서 부당하게 시장진입을 지연하는데 합의하는 등의 행위는 특허권의 정당한 권리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공정위가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 위한 근거로 역지불합의 당사자가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 합의 목적이 관련시장 경쟁제한과 관련된 경우, 특허권 만료 이후 기간까지 관련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특허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시장에서 관련 사업자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분쟁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라는 것을 합의 당사자가 인지한 경우 또는 무효라는 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을 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앵커) 네. 앞으로 이러한 역지불합의가 없어진다면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 건가요? 

(김종선) 그렇습니다. 정당한 특허권의 행사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 특허가 무효될 소지가 있는 경우에도 행사를 한다거나, 혹은 존속기간이 만료가 된 후에도 독점적으로 생산해서 약가 인하를 방해하는 행위가 저지될 수 있으니, 제네릭의 판매로 인해서 약가가 인하되고 일반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하게 필요한 약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중요한건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득인데요.
공정위의 조사 결과 기다려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변리사회의 김종선 이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7월 19일 팍스경제TV '알아야 바꾼다 뉴스 레이더'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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