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국가 빚지는 '코로나 추경' 효과는 "글쎄"
88% 국가 빚지는 '코로나 추경' 효과는 "글쎄"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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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 악화 가속 이끌 것" 우려의 목소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2차관,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예산실장.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11조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슈퍼 추경'이 국내 경제에 미칠 효과가 불투명하다. 또 국가 재정 악화에 불을 지필 거란 우려까지 나오면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 

4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총 11조7천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2020년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중 실질적으로 지출하는 세출 추경은 8조5천억원으로 총액의 약 4분의 3이다. 여기에 추경 전 1차 정책 대응으로 4조원, 2차로 16조원을 투입한 것을 감안할 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총액은 31조원을 넘는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위해 10조3천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은 잉여금 7천억원 전액과 기금여유자금 등 7천억원을 우선 활용했지만 부족했다.

그러자 나머지 10조3천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나랏빚을 늘려 전염병을 막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 편성으로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를 넘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은 41.2%에 달한다.

국가 재정 건전성이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0년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1조5천억원이었으나 이번 추경안으로 적자 규모는 10조5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당초 3.5%에서 4.1%로 확대된다. 4.1%란 수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7%) 이후 최고 수준이다.

또 이번 추경 편성으로 2020년 예산 기준 805조2천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15조5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까지 올라간다.

재정 당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까지 마지노선으로 인식해왔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에서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해당 기준선이 모두 무너진 것이다. 여기다 올해 세수 상황이 좋지 않아 재정 건전성이 정부 예상치보다 훨씬 악화할 거란 우려도 있다. 정부는 추경에 세입 경정 3조2천억원을 포함했다.

이는 전년도 실적으로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악화로 인한 세수 감소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를 인식하지만,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재정의 역할과 재정 건전성을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코로나19 문제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에 기대는 게 불가피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 낮고 국민 세금 부담 증가" 

재정 건전성을 포기하면서 마련한 이번 추경안이 충분한 경제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신속한 감염 확산 통제로 현 사태를 종결시키는 대신 소비 촉진으로 내수를 살리는 데 지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의 세출 예산 8조5000억원 가운데 방역 체계 보강에 배정된 금액은 2조3000억원이 전부다. 그 외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고용안정에 3조원이 투입된다. 

또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에 2조4000억원, 침체된 지역경제·상권 살리기에 8000억원이 투입돼 총 6조2000억원이 내수를 살리는 데 사용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은 경제 때문이 아니라 사회 재난 때문에 편성되는 것"이라며 "방역과 보건 중심으로 현 사태를 신속히 끝내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되레 다른 부분(소비 진작)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추경 편성이 미칠 경제적 효과는 굉장히 낮을 것"이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사태가 끝나야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진행되고 소비가 늘어날 거란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감염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감염 확산 통제가 중요한데, 이보다는 일반적인 소비 진작책으로 많은 부분이 치우쳐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사람들이 대면 소비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쿠폰을 주고 소비를 장려하더라도, 효과는 매우 적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면 소비는 감염증을 확산시킬 수 있어, 이번 추경안의 규모와 금액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 건전성과 관련, 발표된 수치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해 재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가 재정 문제는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를 넘어선 것을 살펴보면, 현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재정 악화 상태란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이미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법인세를 거둬들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 상태에서 재정이 확장되면 국민들의 세금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증세 발표를 하지 않더라도, 세율 변화 아닌 세금 집행 강도를 높여 세금을 걷는 상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봉 교수는 "적자재정이 지난해부터 시작됏고, 올해 예산이 43조원 정도 늘었는데 추경까지 진행되면 더욱 많아지므로 올해 세수 공백은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적자성 국채를 계속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세금을 더 걷지 않을 경우 국가부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재정 악화는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한계 채무를 110%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 수준을 넘어가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가 길면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성태윤 교수는 "사실상 감염 확산 통제에 실패해, 사태가 마무리돼도 경제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추경안은 5일 국회에 제출돼 임시국회 종료일인 17일 이전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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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 2020-03-13 19:42:16
태윤아 한대 맞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