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후폭풍3] 왜곡된 투자시장의 그늘
[코로나 경제 후폭풍3] 왜곡된 투자시장의 그늘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0.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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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규제·코로나19 등 악재에 집값 폭등
- 하반기도 집값 강세 이어질 것으로 우려
- 개미가 이끄는 불안한 증시와 '빚투' 리스크

#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이모(남 42세)씨는 몇 달 전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도전했다. 그는 그동안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를 눈여겨봐왔다. 

그런데 정작 매매 계약을 체결하려 하자 해당 아파트의 호가는 쑥쑥 올랐다. 당초 생각했던 가격보다 최소 10% 넘게 오른 것이다.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폭등했다. 

더군다나 호가에 거품이 많이 낀 사실을 뻔히 알고 있어 집을 살 마음이 싹 사라졌다. 결국 그는 전세 생활을 조금 더 연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전세 보증금마저 5000만원 넘게 훌쩍 올라 상심이 크다. 

부동산시장이 쑥대밭이 됐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론 거래는 많지 않다. 호가만 계속 오르는 모습이다. 종종 집값이 더 오를 거란 공포심에 이른바 '패닉바잉'을 하는 실수요자들도 있다. 

정부의 막무가내 부동산 규제 대책과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어우러져 부동산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서다. 주식시장도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들 덕분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대거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주가가 올라도 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코로나19가 투자시장 전반을 왜곡시키고 있다.  

◆정부규제·코로나19 '더블 악재'에 집값 폭등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갈수록 아득해지는 상황이다. 

부동산114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 평균 매매가가 10억원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2013년 5억원 수준이던 평균 매매가격이 7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평균 20억원(20억1776만원)을 넘어섰다. 서초구는 19억5434만원으로 2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밖에 △송파(14억7738만원) △용산(14억5273만원) △광진(10억9661만원) △성동(10억7548만원) △마포(10억5618만원) △강동(10억3282만원) △양천(10억1742만원) 순이다.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68% 올랐다.

2015년 12월(0.7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경기도 전셋값은 1.03% 올라 2015년 4월(1.32%)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소유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10~20% 올리고 있다"며 "작년 말이나 연초 시세로 팔아선 본인이 새 집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전반적으로 뛰고 있어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거래가 있는 것도 아닌 호가일 뿐"이라며 "집값에 거품이 잔뜩 끼었고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도 있어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반기도 집값 강세 지속...특단의 대책 절실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강남 4구의 하반기 주택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7% 이상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권 상승률도 2.5%로 관측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거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최소 2∼3개월 관망기가 있었는데 최근엔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동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발적 정부대책으로 인한 혼란과 극단적 규제에 따른 불안감이 공황구매 등 공포적 거래심리를 유발한 것이 이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즉, '패닉바잉'을 꼬집은 것이다. 이처럼 혼란스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다주택자 퇴로를 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 위원은 "시장 균형을 정책의지만으로 바꾸려는 수요억제 정책은 예외 없이 주택가격 폭등과 계층간·지역간 양극화 현상 심화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대출금지 등 극단적 규제를 철회해 주택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고,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 혜택을 통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과감히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임차시장이 과열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경고가 제기된 만큼 주택시장에서도 중장기적인 컨틴전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산연 측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질 경우 자산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일거에 임차시장으로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며 "투자자와 실수요자를 구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개미가 이끄는 불안한 강세장...'빚투'에 경고등 

코로나19 확산 후 증시에서도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3월 중순 1500선마저 무너지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조금씩 살아나더니 2300을 돌파하며 되레 사태 이전보다 높아졌다.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증시를 떠나면서 개인들이 상승세를 견인하는 점에 대해선 우려스런 시각도 있다. 

올해 들어 개인 거래 비중은 64%로 지난해 47.5%에 비해 크게 늘었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돼 있어 코스피지수가 언제 다시 급락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승세를 이끌만한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순매수로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실상 증시가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유동성의 일부가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런 자금들이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시장의 자산가격 상승으로만 이어질 경우, 실물과 괴리된 금융시장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나친 빚으로 만들어진 유동성이 국내 투자시장의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필요한 곳에 유동성이 공급되기보다는 과도한 자산가치 상승 기대에 편승하면서 불확실성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가장 위험한 것은 빚을 내서 가격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최근 신용대출 급증 등이 주식투자로 연결되는 현상은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를 통한 신용대출은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고, 주가 하락시 투자자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 증시가 상승 할 시기라는 견해도 있다. 김 교수는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5%가량 늘었지만 코스피는 얼마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 그동안 박스권에 있었다는 뜻으로 개인들의 주식 투자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일부 종목에는 거품이 있겠지만, 증시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흐름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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