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핵심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확충, 전력 인프라 보강, 규제 개선, 스타트업 지원 등 종합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국회 연구단체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K-정책 제안, 실효적인 AI 고속도로 구축 방안’ 세미나에는 정부, 학계, 산업계 인사들이 모여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서영일 서강대학교 교수는 “GPU의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AI 인프라와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방안으로 ▲초개인화 에이전트 AI ▲신뢰 가능한 AI R&D ▲AI 인프라 '키' 확보 ▲전력 인프라 해법 등 8대 정책 지원을 제안했다.
◆ "AI 3대 강국 도약, GPU와 전력 확보가 관건"
이영탁 SK텔레콤(SKT) 성장지원실장은 한국형 소버린 AI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AX)으로 이어지는 세 축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GPU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AI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2030년까지 20만 장의 GPU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메타·구글·M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백만 장을 도입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격차를 지적했다. 이 실장은 “정부가 혼자 할 수는 없다. 민관이 협력해 AI 인프라 생태계 AI 고속도로를 함께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데이터센터 건립비용의 최대 절반을 보조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세제 지원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GPU를 직접 구매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도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며 “민간이 먼저 선 투자하고 정부가 임대료나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력 수요를 가장 심각한 과제로 꼽았다. 울산에 건립 중인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만 해도 인구 13만명의 연간 사용량에 맞먹는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 용량은 약 109GW(기가와트)에 달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9년까지 새로 필요한 데이터센터는 732곳, 이에 따른 전력 수요는 49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실장은 “원전으로 따지면 53기를 새로 지어야 할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전력이 부족해 AI 산업을 못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1년 전부터 갖고 있었다. 이처럼 심각한 전력 문제가 정부 정책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소버린 AI 실현, '인프라 격차 해소'가 열쇠
권세중 네이버클라우드 AI컴퓨팅솔루션팀 연구원은 AI가 단순한 유행어나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삶과 행동 방식을 바꾸는 파괴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 언어모델과 파운데이션 모델 시대는 과거 이미지 분류 모델과는 다르다”며 “정책 담당자들도 기술적 변화를 이해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에는 5~10kW만 공급돼도 고전력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수백kW가 요구된다”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는 600kW에 해당하는 랙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프라 격차가 곧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산 오픈모델의 한계도 거론했다. 그는 “겉으로는 오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약이 많아 우리가 주권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며 “AI 모델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제한된 자원으로는 저품질 AI만 쓰게 되고 이는 국가 경쟁력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GPU가 수출 통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AI 핵심 컴퓨팅 하드웨어가 이미 전략자산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의존하는 것은 국가의 핵심 기능과 경쟁력을 타국에 맡기는 것과 같다”며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엄밀히 검토하고, 성능과 비용 효율을 갖춘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객관적 벤치마크를 마련해 성과 기반으로 지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반도체 칩 회사와 모델 기업 간 혁신 네트워크를 국가 주도로 운영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역시 정책적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