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제련부터 전구체까지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온산에 게르마늄·갈륨 공장 신설…핵심 금속 생산 확대
美 테네시 대규모 통합제련소 추진…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고려아연이 50여년간 축적한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소재와 전략 광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도시광산 기반 원료 확보부터 동박과 전구체 생산, 전략 금속 생산 및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까지 밸류체인을 넓히며 미래 소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핵심은 결국 원료에서 필요한 금속을 정제해 고순도로 회수하는 제련 기술”이라며 “광산에서 가져오는 원료에는 목적 금속 외에도 다양한 유가 금속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분리·정제할 수 있는 건식·습식·건습식 제련 기술이 있어야 소재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이러한 기반 제련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차전지 소재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존 제련 사업 역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 신사업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사업을 흔들림 없이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100% 재활용 전기동 기반 동박…원재료 공급망 경쟁력 확보
고려아연 계열 동박 제조사 케이잼(KZAM)은 배터리 음극의 핵심 소재인 전해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100% 재활용 원료로 생산한 전기동을 활용해 친환경 동박을 생산하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동은 고려아연이 폐정광이나 전자폐기물에서 구리를 추출해 생산한다. 아연이나 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정광에서 구리를 회수하고, 글로벌 전자폐기물(e-waste) 처리 자회사를 통해 전자폐기물에서 구리를 재활용해 원재료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 관리(SCM)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생산 기술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케이잼은 차별화된 멜팅(melting) 공정을 통해 용액 제조와 공정 효율을 높였으며, 전해 기술과 습식 제련 기술, 불순물 억제 기술 등을 적용해 동박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배터리 업체 요구에 맞춘 고강도·고연신율 동박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설계를 위한 5㎛(마이크로미터)급 극박 동박도 개발 중이다.
동박은 두께가 얇을수록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출력 성능이 향상되며 수명도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케이잼이 생산하는 동박은 10㎛ 이하 수준으로 이는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약 1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두께다. 극박 동박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 니켈 제련부터 전구체까지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고려아연은 글로벌 자원 기업과의 네트워크와 도시광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배터리 소재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제련소에는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와 매트(Matte), 블랙매스(Black Mass), 콘센트레이트(Concentrate) 등 다양한 중간 원료가 투입된다. 확보한 원료는 정제 과정을 거쳐 황산니켈과 황산코발트, 탄산리튬 등 배터리 핵심 소재로 생산된다. 특히 황산니켈의 경우 기존 제련소에서 연간 약 10만톤 규모를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생산 확대를 위해 온산 제련소 인근에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 중이다. 자회사 켐코(KEMCO)가 추진하는 이 제련소는 내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19만톤 규모의 황산니켈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하나의 제련소에서 다양한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통합 공정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생산된 황산니켈은 고려아연과 LG화학의 합작사인 한국전구체(KPC)에 공급된다. KPC는 이를 원료로 전구체를 생산하고, 이 전구체는 다시 양극재 소재로 활용된다. 전구체는 국가핵심기술이자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핵심 소재다. 이 같은 구조를 통해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부터 배터리 재활용, 전구체 생산까지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전구체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52년간 축적한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종 제품 사양에 맞춰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온산 제련소에 게르마늄·갈륨 공장 신설…첨단 소재 공급 강화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 제련소에 금속 생산 시설을 확대하며 첨단 산업 소재 공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약 1400억원을 투자해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하고, 약 557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갈륨 생산 공장도 구축할 계획이다.
고순도 게르마늄은 2028년부터 연간 1톤 규모 생산을 목표로 설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게르마늄은 야간투시경과 열화상 카메라, 장거리 정밀 탐지 장비 등에 활용되는 소재로 국방과 우주항공 산업에서 필수적인 전략 금속으로 꼽힌다.
갈륨 역시 첨단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핵심 소재다. 고려아연은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마친 뒤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며, 연간 15.5톤 규모의 갈륨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갈륨은 반도체와 LED, 고순도 집적회로(IC) 등 주요 첨단 산업에 사용된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방위산업 핵심 소재 생산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탄약과 미사일, 원자력 무기 등에 사용되는 안티모니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이 가능하며, 인듐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美 테네시 대규모 통합제련소 추진…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20만평 규모의 통합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협력해 약 10조원 규모의 대형 통합제련소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등에 필요한 핵심 광물과 반도체용 황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당 제련소에서는 총 13종의 비철금속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미국 내무부의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 전략 광물이다. 구체적으로 ▲아연 ▲연 ▲동 ▲금 ▲은 ▲갈륨 ▲게르마늄 ▲텔루륨▲비스무트 ▲인듐 ▲안티모니 등이 생산 대상에 포함된다. 이 광물들은 반도체와 첨단 방위산업, 항공우주 산업 등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고려아연은 올해 부지 조성을 위한 기반 공사에 착수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상업 생산에 나선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대한 원료 의존도가 높지 않도록 이미 수급처를 다변화해 왔다”며 “한 번 금속을 추출하고 남은 잔재와 부산물에서 다시 다른 금속을 회수하는 높은 전략광물 회수율은 통합 제련 공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