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통업계 일으킨 신격호 명예회장… '껌'에서 '롯데월드타워'까지
대한민국 유통업계 일으킨 신격호 명예회장… '껌'에서 '롯데월드타워'까지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팍스경제TV 박주연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향년 99세 노환으로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 중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이날 오후 4시 29분쯤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젊은시절
고(故)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젊은시절 

 

◆신격호, 그는 누구인가?

신격호 명예회장은 현재의 롯데그룹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1921년 경상남도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일제 강점기인 1941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 등으로 고학생활을 이어왔다.

1944년 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비누와 화장품, 껌 사업에 뛰어들면서 1948년 (주)롯데를 설립했다.

신 명예회장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롯데라는 기업명도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온 명칭이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투자의 길이 열리자 신 명예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고, 이어 1973년에는 호텔롯데·롯데 전자, 1974년 롯데 산업·롯데 상사·롯데 칠성 음료를 세웠다.

1978년과 1979년에는 평화건업사와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해 각각 롯데건설, 롯데케미칼로 성장시켰고, 1979년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개장하며 유통업에 진출했다. 

 

1979년 12월 17일 롯데쇼핑센터 개장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모습
1979년 12월 17일 롯데쇼핑센터 개장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한 고(故)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모습

◆유통업계의 거장, 대한민국 유통업을 살린 '기업가'

신격호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유통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1979년 개장한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신 명예회장이 식품 외에 고국에 필요한 기반사업으로 관광과 유통을 주목하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 탄생한 곳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호텔 설립 추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고(故)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호텔 설립 추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1973년 지하 3층, 지상38층으로 이루어진 1000여 객실 규모의 동양 최대 특급호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시작으로 1979년 소공동 롯데백화점까지 이윽고 문을 열었다. 당시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기존 백화점의 2~3배에 이르는 크기였고, 유통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한 독보적 완성작이었다.

당시 수도권 인구가 800만명이었는데, 롯데쇼핑센터는 개점 100일만에 입장객 수 100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신격호의 롯데는 2000년대 한류 붐을 타고 급 성장했다.

롯데월드타워의 모습

2010년에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제2롯데월드타워' 착공에 나섰다.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이미 오래전 1987년 그가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그룹 안팎의 반대가 심했고, 롯데월드타워 구상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논쟁이 오가면서 착공은 순탄지 않았다.

제2롯데월드타워가 천문학적 투자규모 대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

그러나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그 결과 롯데월드타워는 2017년 쇼핑몰과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포함한 문화 복합시설로 완성됐다. 롯데월드타워는 이후 1만 5000명을 상시 고용하는 효과를 냈고, 연간 4조 30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롯데월드 개관식에 참석중인 고(故)신격호 명예회장

◆ 경영비리로 실형 선고받은 '굴곡진 말년'

다만 70년간 롯데그룹을 직접 일궈낸 그의 말년은 어두웠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졌다. 당시 장남의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경영비리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건강 악화로 서울아산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병세가 악화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한편, 신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롯데지주 황각규·송용덕 대표이사가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