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유통별이 졌다"...신격호 명예회장, '근·현대적 위인'이라는 평가 이어져 
"1세대 유통별이 졌다"...신격호 명예회장, '근·현대적 위인'이라는 평가 이어져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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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박주연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제과 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제과 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한국 유통산업의 거인이라 불렸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1921년생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를 세웠다. 맨손으로 풍선껌 사업부터 시작했고, 결국 롯데는 매출 100조원에 90여개의 계열사를 가진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는 탁월한 사업수완과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를 "맥락을 제대로 포착해 낼 줄 알고, 앞을 먼저 내다보는 안목이 있는 사업가였다" 면서 "유통, 관광, 화학 등 그 시대에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치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경영철학이 뚜렸했던 근현대적인 위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오픈하며 국내 백화점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는 등 우리나라의 유통업의 역사를 다졌다"며,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맥을 같이하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의 파운더나 마찬가지인데, 1세대 별이 졌다"고 아쉬워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반판으로 모국에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한국의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점도 신 명예회장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중 하나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등을 잇달아 창업하거나 인수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발전 단계에 있어서 초기에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했고, 그 관계 속에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의치않았던 시절, 롯데가 우리나라의 고용이나 투자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초기의 경공업, 소비재와 관련된 산업들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후계구도를 명확하지 않았다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신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이미 완승했기 때문에 경영권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후계구도가 정확하게 매듭지어졌다면 그의 명성이 퇴색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자가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의 50%는 후계자 선정인데, 경영권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후계과정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전체적인 공헌도에 비해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면서 "앞으로 롯데는 주력이었던 사업들이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변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경제단체들도 오늘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신격호 명예회장은 해방 직후인 1948년 일본에서 롯데그룹의 창업 기틀을 다진 후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한국에 진출해 적극적인 투자로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현대화를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며 "특히 고인이 롯데그룹을 성장시키면서 보여준 열정과 도전정신은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신격호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선구자"라며 "창업 1세대 기업인으로서 선구적인 안목과 헌신을 통해 롯데를 국내 최고의 유통·식품 회사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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