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간다] '韓경제 거목' 이건희 회장, 영면에 들다
[기자가 간다] '韓경제 거목' 이건희 회장, 영면에 들다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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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비롯해 청와대, 정치권도 추모 물결
1993년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신경영 선언
IOC 위원으로 활동…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

[이건희 / 삼성그룹 회장: "국제화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남다른 집념과 혁신 정신으로 늘 변화를 강조했던 '한국 경제의 거목'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영면에 들었습니다. 그의 나이 향년 78세입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졌던 이건희 회장은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6년 5개월간 입원하며 치료를 이어왔지만,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인을 '한국 경제의 상징'이라고 말하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삼성을 세계기업으로 키워냈고 또 한국의 대표기업으로서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위기 극복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큰 귀감과 용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추모했습니다.

경제계에서도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는데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논평을 통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이 회장의 혁신 정신은 우리 기업인들의 가슴 속에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도록 하겠다며 추모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반세기를 지나 100년 기업을 향해 도약하는 삼성에 '끊임없는'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는 한편, 위기마다 도전정신과 강한 리더십으로 한국 경제의 지향점을 제시해줬던 이 회장님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은 한국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의 기반을 닦은 혁신적인 리더이자, 한국 경제사의 큰 획을 그은 거목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별세한 이후 1987년 46세의 나이로 그룹 2대 회장에 오른 이건희 회장은 취임 직후 "세기말적 변화가 온다.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습니다. 

또 1993년엔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신경영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고, 신경영 10주년인 2003년엔 '천재경영론'을, 2010년엔 '위기론'을, 2012년엔 '창조 경영'이라는 화두를 각각 던지면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습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집념으로 삼성은 한국 최고 기업을 넘어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우뚝서게 됐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세계 스포츠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했습니다.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 있을 당시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꾸준히 스포츠 외교에 나서면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경제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 받는 이건희 회장이지만, 그 과정에서 국제적 오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바로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승계 등과 관련해 각종 수사를 받게 된 것인데요.

2007년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이른바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고 회장은 특검팀에 의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결국 2008 수뇌부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발표했습니다.

외에도 회장의 친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상속재산을 놓고 벌인 진흙탕 싸움으로 외신으로부터 '막장 드라마'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금포탈과 금품수수 등 다양한 의혹에 휘말리기도 하고, 가족인 고 이맹희 씨와의 재산 상속 다툼을 벌이며 복잡한 가정사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이끌고, 대한민국 경제의 부흥을 이끈 고인은 이렇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습니다.

팍스경제TV 이형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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