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16개 건설단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 한목소리
[비즈이슈] 16개 건설단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 한목소리
  • 김홍모 기자
  • 승인 2020.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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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입법 중단 탄원서 제출...사망사고 처벌 선진국보다 높아
건단련 “법안을 쫓기듯 밀어붙이면 기업들은 설자리를 잃게 돼”

건설업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중단해달라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최근 16개 건설단체 명의로 작성한 입법 중단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

건단련 관계자는 "과실에 의한 안전사고에 고의범에 준하는 하한형의 형벌(2년 이상 징역)을 부과할 경우 국내에서 기업을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건설업의 경우 건설업체마다 수십~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하고 있어, CEO가 개별 현장을 일일히 챙겨 사고발생을 막기에는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10위 이내 업체의 현장 수는 기업별로 270곳에 달하고, 이 중에는 해외현장도 67개나 포함돼 있다.

기존의 국내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수준도 선진국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망사고 발생 시 국내에서는 7년 이하 징역인데 반해, 선진국들은 △독일 1년 이하 징역 △영국 2년 이하 금고 △미국·일본 6개월 이하 징역 등으로 우리나라의 처벌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건단련은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이 예방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EU의 경우 처벌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은 안전관리 비용·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 안전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프랑스는 안전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제공한다.

건단련 관계자는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을 충분히 준수한 경우, 사고 발생 시 이를 일정 부분 인정해 지금 하는 안전 투자가 소모성 비용이 아니고 언젠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법안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처벌만능주의식 법안을 쫓기듯 제정하면 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에서 호소 중인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아랫줄 왼쪽에서 3번째)

◆ 노사 입장차…경제계 "입법 중단" VS 노동계 "입법 관철"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8개 경제단체들은 지난 2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손경식 회장은 "우리보다 산업안전정책 수준이 높은 선진국은 정부와 민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방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예방활동은 소홀히 한 채 CEO 처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현행 사후처벌 중심의 정책으로는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중소기업 현실을 반드시 고려해 법안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들은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곧 대표"라며 "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 대표가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해야 또 다른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인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는 여야에 연내 법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고 실제로는 기업 눈치만 보면서 핑계찾기에 골몰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라며 "더불어민주당도 상임위나 본회의 일정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야당 핑계만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라며 "국회는 탁상공론의 법리 논쟁이 아니라 산재 사망과 재난 참사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무한한 책임으로 즉각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청천벽력 같은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고도 다른 죽음의 행진을 막기 위해 피해자 유족이 나서야만 하는 참극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관씨도 "생명과 기업의 이윤 사이에 중립은 없다"라며 "어찌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재계의 눈치만 보고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방치하고만 있는가"라고 울먹였다.

한편, 법사위는 논의된 각 부처의 의견을 취합한 정부안을 29일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며, 민주당은 임시국회가 종료하는 내년 1월 8일까지 중대재해법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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