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경제단체 수장 '기업 총수 시대' 열려…재계 목소리 커질까
[비즈 이슈] 경제단체 수장 '기업 총수 시대' 열려…재계 목소리 커질까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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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최태원' 무역협회 '구자열' 체제…전경련, 現 허창수 회장 추대
기업 총수들 잇달아 '경제단체 수장'에…경총·전경련 통합론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최근 잇달아 경제단체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재계에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현직 기업 총수들이 정치권과 재계를 연결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경제단체를 이끌어가게 된 만큼 재계 전반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또 대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새 기업 총수 경제단체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 경영불안 요소들을 해소하는 데 정부와 기업의 결이 다를 경우에도 '강한 행보'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상의 '최태원' 무역협회 '구자열' 체제…전경련, 現 허창수 회장 재추대

(좌)구자열 LS그룹 회장,(우)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좌)구자열 LS그룹 회장·(우)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서울상공회의소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24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이날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됐으며, 다음달 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출된다. 국내 4대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다음 날인 24일에는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1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퇴직한 정부 관료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던 한국무역협회에 민간 기업인 출신 회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경륜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회장단 의견이 적극 반영된 데 따른 결과다. 

무협은 "구 회장이 그동안의 무역 현장 경험과 기업 경영의 경륜을 살려 코로나19로 어려운 무역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의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기총회에서 10년째 수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을 재추대키로 했다. 전경련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여러 기업인들과 재계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경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허창수  회장을 재추대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추대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허창수 회장은 여러 가지로 힘든 환경 속에서 전경련을 잘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경련과 민간 경제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부연했다.
 

◆기업 총수들 잇달아 '단체 수장'에…경총·전경련 통합론도 

[사진: 경총 제공]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이 수장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적극 나서면서 재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특히 경제단체 새 수장 자리에 잇달아 현직 기업 총수들이 앉으면서 재계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규제법안 대응 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사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추진해왔던 기업규제 법안들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재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해 ‘공정경제3법’과 노동조합법 등 기업 규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경제단체 간 의견을 통합하기 보다는, 각개전투식 행보를 연일 이어갔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최근 또다시 한국경영자총회와 전국경제인엽합회의 통합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단체의 통합설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힘이 빠진 전경련이 회장 선출 때마다 난항을 겪자 2019년 통합론이 불거진 바 있다. 

경총의 수장인 손경식 회장은 두 단체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이 잇달아 논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흩어져있던 기업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손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2회 정기총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경제단체들이 힘을 모아 기업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전경련에 통합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또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서도 경총과 전경련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게 손 회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에도 당장 두 단체의 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 조율 역할에 치중해왔던 경총이 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종종합 경제단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경총을 포함해 경제단체별로 조직 방향성이 다른 상황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물리적 통합을 강행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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