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이슈] 금소법 시행 앞두고 '바쁘다 바뻐'...모호한 가이드라인에 혼란
[마켓이슈] 금소법 시행 앞두고 '바쁘다 바뻐'...모호한 가이드라인에 혼란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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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판매 프로세스 개선·내부교육 등 소비자 보호 역량 강화
- 보험업계·카드업계, 불완전판매 차단·고객의 소리 등 실시
- 금융당국, 17일에서야 시행 세칙 공포"...혼란 불가피

금융사들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금소법)' 관련 준비로 분주하다.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태료도 최대 1억원으로 상향됐다. 단, 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애매한 기준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상품판매 프로세스 개선·교육 강화...당국 출신 모시기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해 사모펀드 등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던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등 소비자 보호 역량을 대거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부, 법무실 및 각 상품부서를 중심으로 금소법 시행 준비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대출성 상품에 대해선 약관, 상품설명서, 주요내용설명서 등 소비자 교부 필수 서류를 대출자에게 URL을 발송하고, 이와 연계한 알람 내역 연계 대출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판매규제 변경사항은 표준판매프로세스에 반영했다. 아울러 이 은행은 금융상품판매 과정에서 투자성향 분석,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분석하는 금융상담 시스템도 구축해 시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금소법 대응을 위한 전략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금융소비자보호체계 운영 현황 전수 점검 및 관련내규 선정 작업을 진행했으며, 지난달엔 규정 및 지침 제정·개정, 판매프로세스 정비 등 세부이행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투자상품의 경우 상품숙지 직원에 한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보장성 상품의 경우 녹취표준스크립트 마련 및 녹취시스템 정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조직개편 떄 국내 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위험을 관리하는 등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하나 디지털캠퍼스’를 통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필수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아울러 임직원들의 금소법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금소법과 관련한 내부 퀴즈 이벤트 등도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19개 부서가 참여하는 금소법 대응TF를 꾸려 금융상품판매 프로세스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TF는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감독 점검에 대한 대비, 법 주요내용 및 판매원칙에 대한 직원 교육, 법 대응 과제 추진을 위한 부서간 협력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법률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다. 금소법 시행에 따른 내규정비, 쟁점사항 정비, 직원 교육 지원 등 법률 및 경영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상품의 기획 선정 및 판매 후 사후관리 등 비예금상품 판매와 관련된 모든 현황을 확인 점검할 수 있는 통합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자행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 ‘위튜브(WeTube)’를 활용해 금소법 주요 내용을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있다.

또 전 영업본부와 직할 같이그룹(VG)별 화상 연수를 통해 금소법 시행에 따른 영업현장의 변화 내용도 공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품별 판매프로세스를 새로 마련하고 영업현장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맞춤형 연수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들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금소법이 처음 시행되는 법인 만큼 혼선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금융당국과 소통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려는 것이다.

KB증권은 18일 주주총회에서 민병현 금감원 전 부원장보를 차기 감사총괄 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민 전 부원장보는 지난 2014년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과 2015년 금감원 기획조정국장을 역임, 2016년부터 2019년 3월까지 금감원 부원장보를 맡아 금융투자 감독 업무를 수행했다.

삼성증권도 오는 19일 주총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행시 24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은 이후 2013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현대차증권도 주주총회에서 윤석남 전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총에서 금감원 증권시장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정용선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 불완전판매 차단·고객의 소리 등 소비자 보호 총력

보험사들은 앞다퉈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천명하면서 향후 대면 영업과 온라인 영업 등 보험 영업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 판매 차단에 나섰다.

보험연수원은 금소법 관련 교육을 만들었다. 연수원은 다음달부터 금소법 사이버교육 과정을 정규 편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금소법에 대한 금융업계 종사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실무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질의응답 형식으로 교육 과정을 구성하기로 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10일 대표이사 및 전 임직원 참여해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서약식'을 실시했다. 금융소비자보호 헌장에는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 제공 ▲완전판매 ▲고객 서비스 ▲고객 불만 방지 ▲고객 정보 관리 ▲고객자산보호 등의 행동강령이 담겼다.

또 올해 '금소법 완전정복' 사이버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교육 과정에는 금소법 제정 취지 및 6대 판매원칙·위법계약해지권 바로 알기·법 위반 시 과태료 현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전 임직원과 설계사는 금소법 시행 전날까지 해당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지난 3일 '소비자보호 완전판매 공동선포식'을 진행했다. 양사는 지난달 소비자보호 관련 회사 내규의 주요 이념을 새롭게 담아 보험소비자를 위한 헌장을 개정한 바 있다.

카드업계는 '고객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간 5만건에 이르는 '고객의 소리'를 디지털기반의 경영자원으로 활용해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소리를 수집·분석·활용성·관리의 4단계로 구분해 고객에게 신한카드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 자체 고객 패널 '이지 토커' 2기를 모집했다. 올해 말까지 ▲KB국민카드에 대한 개선 의견과 아이디어 제안 ▲카드 발급과 사용 후 체험 보고서 제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과제 제출 ▲정기 간담회 등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또 최근 로펌 변호사를 초빙해 경영진과 함께 실무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소법의 주요내용에 대한 설명회도 진행했다. 내규 제정과 개정, 신청서 등 서식변경, 관련 전산개발, 내부 교육 등의 업무도 다른 회사와 함께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도 최근 두자릿수 규모로 '로카(LOCA) 패널'을 모집했다. 올해는 일반 고객패널과 함께 6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등을 포함한 금융취약계층 대표 고객패널 1명을 추가 모집했다.

삼성카드는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CS팀 내 '소비자보호파트'를 '소비자보호팀'으로 격상하고 인원을 확대했다. 현대카드도 금소법에 맞춰 대출모집인 등록, 고객 안내 강화 등과 관련한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외국인,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을 고객패널에 포함,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홈페이지에 원격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나카드도 장애인이 이용하거나 택시·승합·화물·특수자동차 등 영업목적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연대보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장애인 차량 구입 및 공동명의 등록, 영업목적 등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연대보증이 가능했던 했던 여신거래기본약관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표=금융위원회]
[표=금융위원회]

◆ 금융당국 17일에서야 시행 세칙 공포...혼란 불가피

금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 업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금소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은 입법예고나 행정예고 단계고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확정되지 않아 시행을 준비하는 금융사들은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없는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7일에서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의 금융위 의결로 금소법 하위규정 제정이 모두 완료됨에 따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금융위는 금소법 및 하위규정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되지만 자체 기준 마련, 시스템 구축 등 업계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에 한해 적용을 최대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금소법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새로운 내용인 만큼 고의·중대한 법령 위반 또는 감독당국 시정요구에 대한 불이행 건 이외에는 비조치(법·규정에 따라 조치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허용 의견)하겠다는 취지다.

내부통제기준, 핵심설명서 마련,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설정 의무, 자문업자·판매대리중개업자 등록의무 등이 시행 유예를 적용받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소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주문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금소법상 보장된 권리를 몰라서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당 내용을 금융업권과 함께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고 강조했다.

청약철회권(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한 후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과 위법계약해지권(불완전판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금소법에 새롭게 규정되는 대표적 소비자 권한이다.

금융사와의 소송·분쟁조정 시 소비자들이 자료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신설됐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협회와 함께 오는 12월까지 금소법 안착을 위한 지원 체계를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또 '금소법 시행준비 상황반' 회의를 매달 열고, 현장 질의에 대한 답변도 금융위·금감원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카드·캐피탈,보험 등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등에서 각 금융사들의 질문을 담아 금융위에 전달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법 시행에만 의미를 두지 말고, 현장에서 정확하게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경제학 박사는 “법 시행이 얼마 안남았음에도 가이드라인이 미비해 금융소비자를 상대하는 금융회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며 “법 취지와 다르게 금융소비자를 위한 세심함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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