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이슈] 증권사 마케팅에 뜨거워진 'IRP 경쟁'...머니무브 가시화
[마켓이슈] 증권사 마케팅에 뜨거워진 'IRP 경쟁'...머니무브 가시화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1.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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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업계 공격적인 마케팅...수익률·점유율 상승
- 다른 업권은 성장세 주춤...머니무브에 긴장감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유치 경쟁이 뜨겁다. 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조건을 내세우면서 은행, 보험사 등에 맞서는 모습이다. 수익률 면에서도 증권사가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보니 머니무브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증권사들 공격적인 IRP 고객 유치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한화투자증권은 개인형IRP 계좌에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유안타증권은 조건 없이 IRP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다이렉트 IRP에 가장 먼저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자,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수수료 면제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IRP 수수료 면제를 검토 중이다.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IRP 수수료 0원'이 대세가 된 것이다. 증권사들이 은행·보험사 뿐 아니라 같은 업권에서 내부 경쟁까지 펼치는 모습이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재직기간 동안 자유롭게 가입 가능하다. 

퇴직금, 개인 자금을 자유롭게 적립하거나 운용할 수 있다. 절세 효과도 매력적이다. IRP로 펀드상품에 투자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해외자산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 배당소득세를 15.4% 과세하므로, 최대 5.5% 세율이 적용돼도 3분의 1 수준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매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최대 700만원(만 50세 이상 연 900만원)까지 세액이 공제된다. 일반 퇴직연금은 직장을 바꿀 때마다 다시 가입해야 하지만, IRP는 직장 변경과 상관없이 계속 운용할 수 있다.

◆ 증권사가 수익률 면에서도 압도

기존 퇴직연금 강자는 은행이었다. 기존 은행·보험사들은 개인형 IRP 계좌에 연간 0.1~0.5% 수준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책정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에 동참했다. 

개인형 IRP 판매를 위해 수수료 무료 혜택에 이어 상품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증권사 IRP 상품은 다양하게 구성됐다. ETF·부동산투자 뮤추얼펀드(리츠)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 IRP는 수익률도 월등하다.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공시된 올해 1분기 증권사 IRP 수익률을 보면 신영증권은 무려 27.39%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13.41%로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11.37%), 삼성증권(11.23%), 신한금융투자(11.47%) 등도 10% 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보험사의 경우 2% 내외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생명은 2.14%를 내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생명(2.05%), 삼성화재(1.66%), 동양생명(1.74%), DB생명(1.79%) 등의 순이다. 또 자본시장연구원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업계의 IRP 전체시장 연간 수익률에서 증권업계가 가장 앞섰다.

은행권 3.50%, 생보업계 2.96%, 손보업계는 2.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는 무려 6.58%의 수익률을 올렸다. 타 업계보다 2~3배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상승에 IRP도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저금리 장기화로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을 찾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 '머니무브'에 은행권 등 긴장

증권업계의 약진에 다른 업권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IRP 수요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오면서,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 14곳의 IRP 적립금은 7조5446억원이다.

2019년 말 5조773억원보다 48% 증가한 규모다. 이에 비해 시중은행의 IRP 적립금은 지난해 23조8549억원이다. 2019년 말보다 35.6%(6조258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또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점유율을 보면 은행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늘어난 51.7%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증권사는 점유율(20.5%)을 0.5%포인트나 높였다. 보험업계 점유율은 되레 줄었다. 

생보사의 퇴직연금 점유율은 22.6%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낮아졌다. 손보사는 5.3%로 0.4%포인트 줄었다. 증권사 외 다른 업권들이 '머니무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수료 선뜻 면제할 수도 없다. 은행은 정기예금 비중이 높아 수수료 면제 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 은행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일부 은행은 증권사처럼 ETF를 퇴직연금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머니무브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은행 고객들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고객 유출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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