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돋보기] 악재 덮친 GS…허태수 회장 리더십 '시험대'
[CEO 돋보기] 악재 덮친 GS…허태수 회장 리더십 '시험대'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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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논란 중심에…'남성 혐오' 포스터 및 '파오차이' 표기가 발단
허 회장 '미온 대처' 비판론 대두…그룹 지분구조 문제도 불씨 키워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룹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잇달아 논란에 휩싸이는 등 그룹 안팎으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상황은 되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GS홈쇼핑의 급성장을 이끌며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 허 회장. 어떤 해결책으로 최근의 잇단 논란을 불식시키고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를 잠재울지 주목된다.  

 

◆ GS리테일 논란 중심에…'남성 혐오' 포스터 및 '파오차이' 표기가 발단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 달 1일 자사 소셜미디어(SNS)에 홍보용 포스터를 올린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포스터의 소시지를 잡는 집게손가락 모양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영어 문구인 '감성 캠핑 필수 아이템(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도 각 단어의 마지막 글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메갈(Megal)'이라는 단어가 돼 문제로 지적됐다. '메갈'은 온라인 페미니즘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의 준말로, 해당 커뮤니티는 엄지와 검지를 펼쳐 마치 길이를 재는 듯한 모습의 일러스트를 로고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두고 남성들은 '남성 혐오' 표현이라며 반발했고, 이는 젠더 갈등을 부추긴 촉매제 역할을 했다. 

회사 측은 논란이 되는 이미지를 삭제·수정하고,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를 징계하고 담당 마케팅 팀장을 보직에서 해임하는 등 즉각 조치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남혐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또 다른 논쟁거리가 터졌다. 이번엔 제품 표기 오류다. GS리테일은 자사 삼각김밥의 재료로 사용한 김치를 중국어 표기인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했다. 파오차이는 중국의 절임 음식 중 하나로, 중국에서는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해당 제품의 발주와 판매를 전격 중단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러들지 않은  채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SG리테일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이 GS칼텍스 등 그룹 계열사 전체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불매운동까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과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사건 때도 그랬고, 최근의 논란도 그렇고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면,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를 모욕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다퉈 불매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 허 회장 '미온 대처' 비판론 대두…그룹 지분구조 문제도 불씨 키워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허태수 회장이 GS그룹을 총괄한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허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은 과거 그룹 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GS홈쇼핑의 급성장을 이끌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실제 허 회장 취임 직전이던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 8946억원, 당기순익 512억원에 불과하던 GS홈쇼핑의 실적은 2018년 취급액 4조2480억원, 당기순익 1206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했다.

이러한 경영 능력에도 이번 사태가 GS리테일에서 끝나지 않고,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룹 총수의 미온적인 대처 등 리더십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은 워낙 대외적으로 잘 나서지 않는 이미지이긴 한데, 과거 계열사를 경영했을 때와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장직은 큰 틀에서 계열사별로 동일한 비전을 제시해야하는 자리인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허 회장은 취임 이후 첫 경영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S그룹의 지분구조도 이번 사태를 키운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GS그룹은 2005년 LG그룹으로부터 허 씨 일가가 독립해 나온 후로 가족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3,4세로 구성된 오너일가 약 50여명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회사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그룹 지주사인 ㈜GS의 지분은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각각 4.66%, 5.16%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 외에 지분은 나머지는 친인척들(계열사와 재단 제외)이 약 3% 미만씩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의 지분도 2.08%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건설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들이 지주사의 지배력 아래에 있어 주요 의사결정은 가족회의를 거친다"며 "지주사 지분을 50여명에 달하는 친인척들이 조금씩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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