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의 연기금 리포트]③국민연금 기금본부의 '대외비 해외출장'
[이승종의 연기금 리포트]③국민연금 기금본부의 '대외비 해외출장'
  • 이승종
  • 승인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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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 직원이 한번꼴로 나가는데…출장보고서 공개 3%에 그쳐
[팍스경제TV 이승종 기자] 매년 전 직원이 한 번 꼴로 해외 출장을 가는 조직이 있다. 출장 정보는 철저히 대외비. 어디서 무얼 했는지 외부서는 알 길이 없다. 심지어 그들에게 출장비(세금)를 지급한 주체(국민)조차도 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야기다.

기금본부의 지난해 해외출장은 154건. 지난해말 기준 운용직 숫자가 161명이니 전 직원이 한 번씩 해외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올 들어서는 2월 현재까지 7건이다. 평균 출장 일수는 5일. 지난해 전체 건수에 대입하면 1년 365일 중 770일 가량이 해외 출장 기간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20% 가량은 해외 자산에 투자돼 있다. 그런 만큼 해외출장 자체를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출장정보 비공개를 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부처를 포함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해외출장 시 관련 내용을 공개하게끔 돼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출장인 만큼 국민에게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다녀왔는지를 세세히 알려주겠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장은 물론이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조차도 해외출장 보고서를 공개한다.

국민연금 기금본부의 지난해 해외출장 154건 중 출장보고서를 공개한 건 5건(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출장자들이 해외출장을 어떻게 다녀왔는지, 출장비를 허투루 쓰지는 않았는지 알 길이 없다.

기금본부가 출장정보를 감춰두며 내세우는 이유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비공개대상정보)다. 외부에 공개하면 민감한 정보가 있으니 비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보공개법은 전 세계적인 정보공개 행보에 동참하기 위해 국내서도 지난 1998년 1년 간의 준비 끝에 시행된 법률이다. 국민이 정부에게 정보를 청구할 때 어떻게 공개하고,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정보공개법을 자의석으로 해석, 해외출장 보고서 비공개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의 취지인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공개'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다.

기금본부로서도 할 말은 있을 수 있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투자 행보는 국내외 금융투자 시장에서 파급력이 크다. 그런 만큼 기금본부의 해외출장 내역을 미주알고주알 공개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정보의 비공개는 최소한에 그쳐야만 한다는 것이 정보공개법의 취지이고,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일부를 이유로 전체를 비공개하는 건 지양하자는 얘기다. 기금본부는 지난 2007년께까지만 해도 정보공개에 충실한 편이었다. 그런데 2008년께부터 비공개 건수가 늘어나더니 지금은 해외출장 정보 비공개가 당연시되고 있다. 정보 비공개는 고심 끝에 내려야 하는 결정인데도 기금본부 안에서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아이러니는 국민연금 임원인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은 해외출장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출장정보를 공개한다. 복지부를 맡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출장정보를 공개한다. 국민연금 기금본부만 비공개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달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다녀온 뒤 포럼 내 어떤 섹션에 참석했고, 누구와 면담을 했는지 밝혔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 다녀온 기금본부 런던사무소는 출장정보를 비공개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사장은 공개를, 기금본부 직원은 비공개를 한 셈이다. 정보공개의 원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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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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