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국조선해양 ‘개미들’ 뿔났다...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추진에 ‘지주사 할인’ 우려
[이슈] 한국조선해양 ‘개미들’ 뿔났다...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추진에 ‘지주사 할인’ 우려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2.01.2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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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의 소액 투자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을 연내 상장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9월 역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상장 이후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현대삼호중공업을 상장하면 또 다시 주가가 출렁거릴 것으로 우려하는 겁니다.

소액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하면 “한국조선해양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다”며 청와대에 ‘상장 반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리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삼호중공업은 물적분할도 아니고 이미 별도의 법인회사라서 지주사 할인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달래고 있지만 개미들의 불만이 쉬 진정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상장 때 한국조선해양 주가 크게 출렁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이 중간지주사로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겁니다. 

이중 현대미포조선은 1983년에, 한국조선해양은 1994년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하면 조선 계열사 모두 상장사가 됩니다.

문제는 핵심 자회사들의 잇단 상장으로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주가 할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주요 자회사들이 빠져나가면 한국조선해양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중공업 상장 시에도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크게 흔들린 바 있습니다. 

◆가삼현 부회장 “연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추진하겠다” 밝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내 증권사와 기관투자자 등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연내 현대삼호중공업을 기업공개(IPO)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장과 관련해 일정이나 내용 등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진 않았지만, 부회장이 직접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힌 만큼 올해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계획은 이미 5년 전부터 예고된 사항이었습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프리 IPO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습니다. 프리 IPO는 향후 몇 년 내 상장을 약속하고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당시 현대삼호중공업은 5년 내 상장을 목표로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엔 연 9.5%의 이자를 부담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글

◆개인 투자자들 “조선업 미래보고 투자했는데 손실만 반복” 울분

현대삼호중공업의 연내 상장 추진 소식에 개미들은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지주가 할인 우려 때문인데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으로 주주들은 피눈물이 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 조선업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며 현대중공업에 장기투자 하고 있다”면서 “거듭되는 재상장에 주가가 폭락을 거듭했는데 이제는 현대삼호중공업마저 상장하려 한다. 주주 보호조치 없는 대한민국의 주식시장 법을 이용해 주주를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글은 현재 1000 여 명이 넘는 동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24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도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소식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2년 전부터 한국조선해양 등 조선업에 투자 해왔다는 27살 이 모 씨는 “이번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은 회사 배만 불리는 행위”라면서 “지난해 물적분할로 인한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현대삼호중공업 상장까지 추진하는 건 주주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17일 물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상장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1만 7000~ 11만 8000원선을 유지하다가 현대중공업 상장 당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하루 만에 약 11%나 떨어졌습니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 이달 24일 기준 8만 56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 조선 자회사표

◆한국조선해양 해명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상황 달라”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상장 때와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상황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중공업 상장은 물적분할을 통해 이뤄졌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은 물적분할도 아니고 이미 별도의 법인회사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또 상장 소식이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이미 5년 전 프리 IPO를 통해 공표된 내용이라는 겁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1일에 설립해 9월 17일 상장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1998년 11월에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상장 과정에서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로 주식 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대삼호중공업 상장도 유사한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역할 정립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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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 2022-02-03 20:05:27
생각없는 한국조선해양 정씨일가는 경영에서 물러나라!
소액주주 죽이는 정씨일가는 반성해라

나그네 2022-01-26 23:43:02
현대중공업지주도 진짜 피해자지. 10% 폭락후 40% 이상 폭락. 이게 회사냐. 껍데기지.

최현우 2022-01-25 22:08:15
한조만 피해가 아닙니다...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인데 현대중공업 상장날 10% 폭락 후로 쭉 40% 폭락중입니다
진짜 열받아 미칠지경이네요
근데 또 삼호중공업 상장시켜 주주들 나락 보내려고 작정을 했군요

김지영 2022-01-25 15:25:16
진짜 한국조선해양 주주로서 너무 화가납니다.
작년 고점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업황이 좋은데 기업이 자회사 상장으로 손실이 너무 큽니다.
해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외국처럼 집단소송이라도 할 수 있게 법적 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