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 칼럼] 윤석열 시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
[어경선 칼럼] 윤석열 시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
  • 어경선 논설위원
  • 승인 2022.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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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윤 대통령 취임의 함의는 여러 가지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첫 ‘0선’ 대통령, ‘보수·진보 10년 집권론’을 깨고 5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대통령 등등...무엇보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는 청와대를 떠나 새로이 ‘용산 시대’를 연 점이 각별하다. 국민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긴 셈이다. 

윤석열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 공약대로 ‘상식과 공정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 국민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도록 해달라는, 참으로 소박한 바람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거론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강조한 것은 국민의 이런 바람을 이해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어 가기에는 윤 대통령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 당장 기울어진 정치 지형이 걸림돌이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대통령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 싶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 해도 시행령을 개정해 미세조정은 할 수 있겠지만 기본 뼈대인 법은 민주당이 ‘승인’하지 않으면 단 ‘한 자’도 고칠 수가 없다. 문제는 민주당이 윤 정부에 협조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국무총리와 주요 장관을 임명하지 못해 ‘반쪽 내각’으로 출범한 현실이 상징적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는 언제일지도 모른다.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7명뿐이다. 민주당의 이런 저런 핑계로 새 대통령이 취임했는데도 아직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장관 후보자도 여럿이다. 새 정부 장관들만으로는 정상적인 국무회의 개최가 어렵다. 정족수를 채우려면 전임 정권의 장관들을 출석시켜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횡포를 막을 현실적 대안은 없다. 

경제 상황 역시 험난하기만 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신3고(高)’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의 여파로 사실상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폭등,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서민의 삶은 멍들어 가고 있다. 게다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어두운 유산, 5년 간 415조원이나 늘어난 국가부채로 인해 탄력적인 재정 운용도 쉽지 않다. 

여기에 이념과 진영, 세대, 젠더이슈 등 심화하는 사회적 갈등 요인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끝난 지 오래인데 정치·사회적 갈등은 되레 더욱 깊어지고만 있다. 더욱이 쉬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크다. 어디 이뿐인가. 북한 핵, 미·중 패권경쟁 등으로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덩달아 한반도 안보 환경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분야 등 어느 하나 온전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본인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이 대표적이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방통행의 부정적 이미지가 도드라졌다. 첫 내각 인사와 청와대 인선도 공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과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 ‘과거 검찰 식구들’만 챙긴다는 부정적 시선이 싸늘하다. ‘욕 하면서 닮는다’고 벌써부터 오만과 독선의 ‘내로남불 문 정권’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가 중요하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캄캄한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문 정권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문 정부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고 정책을 졸속 추진한 탓이 컸다. 국민과 야당의 비판을 귓전으로 흘려듣고 불통의 리더십으로 오직 내 주장만, 내 편만, 내 사람만 옳다고 고집한 결과다.

윤 정부가 성공하려면 문 정권과는 달라야 한다. 쓴 소리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소통의 리더십으로 오직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긴요하다. 여소야대 정국도 통합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해서는 거대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해야 한다. 국정의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지는 것이다. 모쪼록 안팎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번영의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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