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주택공급 쏟아지는데 ‘품질인정’ 방화문 업체는 고작 10여곳?...공급 대란 ‘우려’
[이슈] 주택공급 쏟아지는데 ‘품질인정’ 방화문 업체는 고작 10여곳?...공급 대란 ‘우려’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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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인정제도 설명 이미지 [자료=국토교통부]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전국에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주택 방화문 공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조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규제 강화로 여러 중소기업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방화문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두 품질인정제도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부터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품질인정제도는 건축자재 등이 적합한 기준으로 생산되는지 전문기관을 통해 인정받고, 인정받은 형태로 실제 현장에 유통·시공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을 관리하고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방화문과 샌드위치 패널, 단열재 등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이 인증을 받아야만 생산·유통·판매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제조부터 유통, 시공 등 전 과정을 꼼꼼히 살펴서 품질 강화는 물론 화재안전성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겁니다. 인증기관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맡고 있습니다.

[자료=국토교통부]

인정 과정은 통상 ▲인정신청 ▲신청비용 납부 ▲서류검토 ▲출장비용 납부 ▲시료보관·운반 및 시험체 제작 ▲공장품질관리확인 및 시료채취 ▲품질시험 수행 ▲인정심사 ▲인정 ▲해당기관 통보 순으로 진행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신청부터 인정 통보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2~4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습니다. 

인정을 획득하면 그 효력은 5년간 유효합니다. 이후에는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신청비용은 약 3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재료부터 품질관리시스템, 공정과정 등 전반적인 사항을 두루 살피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정을 획득한 제조업체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승강기와 방화문 제조업체 등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신청한 품질인정제도 신청 건수는 총 190여 건. 이 중 품질인정제도를 획득한 방화문 업체는 25개사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중 차열인증까지 받은 업체는 10곳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정 신청은 한 기업 당 여러 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방화문을 제조하는 기업은 차열·비차열 과정을 거치고 통과 제품에 따라 인정을 받게 됩니다. 차열은 화염 테스트와 열 테스트를 각각 60분씩 견뎌낸 제품이고, 비차열은 화염 테스트만 60분을 통과한 제품입니다. 비차열 방화문이 비상계단 등에 설치된다면 차열제품은 집 안에서나 비상 피난 대피 장소에 설치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만 본다면, 국내에선 긴급 피난로에 공급할 수 있는 방화문 업체는 10여 곳 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한 세대 당 방화문은 약 3개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화문 품질인정을 받은 기업들의 승자독식 문제를 넘어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방화문 공급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계청의 2019년 광업제조업체 현황에 따르면 건설용 철문과 방화문, 회전문 등을 제작하는 업체 수는 모두 240여 개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과 2021년 현황은 아직 최신화되지 않았으나 2019년보다는 줄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안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제 강화로 방화문 관련 많은 중소기업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국면에 처해 있다”면서 “품질인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이 업체를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품질인정제도와 관련해 중복 규제라도 풀어달라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공개됐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 홈페이지

방화문을 둘러싸고 공급부족 우려와 규제로 인한 산업 이탈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방화문 시장은 ‘밥그릇 뺏기’와 ‘국민 안전’이란 가치를 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씨름이 한창입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 대한방화문협회가 ‘방화문 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이 접수됐습니다. 협회는 “경동원과 동국제강, 아주MCM 등이 방화문 시장에 들어오면 원재료 등 방화문 제작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방화문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반위도 현재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조사는 최대 1년까지입니다. 동반위 관계자는 “현재 방화문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신청과 관련해 의견수렴과 데이터 등을 종합하면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함께 실태조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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