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1년간 산업은행이 품었던 ‘대우조선해양’ 이젠 한화가 경영권 쥔다
[이슈] 21년간 산업은행이 품었던 ‘대우조선해양’ 이젠 한화가 경영권 쥔다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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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한화그룹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근본적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략적 투자 유치 절차를 개시했고 그 첫걸음으로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은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해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26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고, 산업은행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산업은행 7층 대회의실에서 대우조선해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대우조선은 한화그룹과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 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 입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스토킹호스는 사전에 인수 예정자를 정해놓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다가 경쟁 입찰이 무산되면 인수 예정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주는 방식입니다. 후속 입찰 참여자의 입찰 조건과 한화그룹의 우선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대우조선의 최종 투자자가 결정됩니다.

경쟁입찰 공고는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되며 이후 최대 6주간 상세 실사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실사는 한화와 투자 기업이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계획입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고 본 계약을 체결한다는 구상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결합과 방산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취득까지 마무리 후 유상증자를 진행해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한화그룹과 논의한 결과 먼저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본권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화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고 이렇게 되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현재까지 약 21년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었던 대우조선이 민간 대주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 회장은 “올해 1월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직후부터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현재 경쟁력 수준과 시장 환경에서는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대우조선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이번 투자 유치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대우조선의 채무 및 영업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길 희망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민간 대주주의 과감한 투자로 대우조선이 미래 신성장 기술 개발을 이끌어 나감으로써 국내 조선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기존 대우조선의 지분율은 산업은행이 67%, 대우조선해양우리사주가 0.27%, 자사주 0.02% 등으로 구성됐으나 향후 한화와 거래가 진행됐을 시 한화그룹이 49.3%, 산업은행이 28.2%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될 전망입니다. 대우조선 대주주가 21년 만에 민간 기업으로 바뀌는 겁니다.

앞서 대우조선은 그간 채권단의 자율 지원을 통해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해 왔고 2019년 현대중공업 계열과 인수합병(M&A) 거래를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가 무산됐습니다.

한화그룹은 이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바 있습니다.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을 인수하려 했지만 당시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자금 조달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수를 접었습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산업은행 7층 대회의실에서 대우조선해양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는 예정에 없이 긴급하게 이뤄졌습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어 같은날 오후 강 회장의 발표가 나온 겁니다.

아울러 강 회장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폭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역량 있는 새로운 민간 주체의 비전과 전략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중장기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고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조선 해양 전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속도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검증이 우선”이라면서 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금속노조 측은 “대우조선의 매각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 만큼 과정과 절차, 이후 전망에 대한 확실한 검증과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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